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스마트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무선사업부 이름을 MX(Mobile Experience)사업부로 교체하면서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갤럭시스토어를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같은 기기를 내세우는 대신 갤럭시 생태계와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기기에서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 갤럭시스토어 육성 전략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7일 통신·모바일 업계를 종합해 보면, 삼성전자는 최근 무선사업부 이름을 MX사업부로 바꾸면서 갤럭시스토어를 강화하겠다는 내부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 갤럭시 기기에 깔려 있는 갤럭시스토어는 구글의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에 밀려 점유율이 1%가 채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2대는 삼성 기기인 만큼 갤럭시스토어의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해볼 만한 시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태블릿을 넘나들며 쓸 수 있는 특화 앱이라든지 삼성이 선점하고 있는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사용자환경(UI)에 최적화된 앱 등으로 갤럭시스토어만의 차별점을 가져갈 수 있다”라면서 “삼성이 모바일·가전 사업부도 통합한 만큼 관련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했다. 삼성 측은 “조직개편이 막 있었던 만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여기에 최근 한국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구글·애플의 앱마켓 독점과 이에 따른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갤럭시스토어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최대 고객사이기도 한 만큼 갤럭시스토어를 무리하게 키워 플레이스토어의 파이를 뺏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독점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구글이 점유율 10% 정도 안팎을 다른 앱마켓에 나눠주는 식의 윈윈(win-win)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순 있다”라고 했다. 이를 통해 구글은 논란을 해결하고, 삼성전자는 갤럭시스토어의 존재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자체 결제 시스템을 입점사에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 세계 최초 통과로 최대 수혜를 보고 있는 원스토어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된 SK스퀘어로 편입된 원스토어는 구글·애플보다 저렴한 20%라는 수수료를 내놓고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11.7%(지난해 매출 기준)로 전체 3위에 머물러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실이 집계한 3N 모바일게임의 앱마켓 입점 현황(9월 20일 기준)을 보면,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3사가 출시한 게임 53종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에 100% 입점해있으나 원스토어에는 6개, 갤럭시스토어에는 2개만 들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정부·국회 지원을 받아 3N이 차별 없이 원스토어에도 입점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맺으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앱마켓의 주요 매출처인 대형 게임사를 유치할 수 있다면 수수료 매출이 늘어나고 상장 작업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갤럭시스토어를 본격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현실화한다면, 원스토어의 이런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는 삼성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내년 초 게임사와 임원급 미팅을 시작하는 등 속도감 있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