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대한 중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SK하이닉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과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계약을 맺었는데, 중국이 매그나칩 매각 무산에 대한 반격으로 몽니를 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중국계 자본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대한 주식 매각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 중인 매각 승인 심사 신청도 매그나칩은 철회하기로 했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고수하자 매그나칩이 스스로 매각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미국 정부는 매그나칩이 보유한 첨단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자동차용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매그나칩의 중국 매각에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2004년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해 만든 매그나칩은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에 인수되면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매각할 수 있다.
업계는 매그나칩의 매각 무산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을 꼽는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유치하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반도체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는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초미세공정에 사용되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가 중국으로 수출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 중국이 핵심 장비를 확보할 경우 빠른 속도로 반도체 기술력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지만 미국에 대응할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주요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되면서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안과 우시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미국에 반격할 카드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승인을 걸고 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해 8개국(한국, 미국, 유럽, 중국, 영국, 싱가포르, 대만, 브라질)의 독과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을 포함해 7개국이 인수를 승인했지만 중국만 7개월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인수에 대한 독과점 우려가 낮아 중국 정부의 승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 대형 법률 자문사를 동원해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낸드 사업을 위해 미국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최고경영자(CEO)로 로버트 크룩 인텔 부사장 겸 낸드 사업 총괄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에 대한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을 막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지난 2018년 미국 퀄컴이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 NXP를 인수하려다 중국의 승인 지연으로 무산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은 여전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텔이 협업해서 중국 경쟁 당국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다"라며 "연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