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을 중심으로 물류비와 원재료 등 비용 상승 문제가 발생, 삼성전자와 LG전자의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가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분야 역시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TV의 경우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워낙 고공행진이었던 탓에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은 7조922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조8650억원과 비교해 두 배 늘었다. LG전자 역시 3분기 4조586억원어치의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구입했는데, 이는 전년 3분기 2조7726억원에 비해 많이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연말 성수기 특수가 사라지면서 TV 업계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5251만대로, 전분기 대비 8.3% 감소했고, 코로나19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수요가 강했던 전년과 비교해선 14.7% 감소했다. 4분기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트렌드포스 분석이다. 4분 출하량은 5913만대로 전분기 대비 1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전년에 비해서는 10.3% 감소가 예측됐다.
세계 1·2위 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규모의 경제로 원가 부담을 덜고,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군에 주력하며 실적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나, 시장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TV 디스플레이 패널뿐 아니라 가전 내외장에 두루 쓰이는 각종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 LG전자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은 전년 대비 24.6% 가격이 올랐고, 레진(수지)은 21.2% 상승했다. 구리 또한 14.6%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비 역시 기업의 대외 여건을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항공운송이 줄어든 상황에서 해상운송으로 물동량이 몰려 물류비용이 급등했고, 늘어난 해상운송에 따라 화물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다시 항공운송으로 물류가 쏟아지면서 전체 운임이 상승했다. 여기에 비대면 트렌드의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 등이 늘면서 화물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LG전자의 경우 3분기 운반비(운송비)만 8392억원을 썼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60.5% 증가한 수치다. 올해 누적으로는 3분기 기준 지난해와 비교해 76.8% 늘어난 2조2941억원이다. 1년 사이에 운송비가 약 1조원 늘어난 셈이다. 회사 측은 "해상 및 항공 운임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H&A본부 수익성 악화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물류비 상승은 올해 매출에 전년 대비 2.5~3%의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역시 운반비가 3분기말 기준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분기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32.6% 증가했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급망 전담 부서를 설치하기도 했다. 먼저 LG전자는 TV 등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산하에 TV사업운영센터를 두고 있는데, 이 조직은 범용 반도체부터 TV 생산에 필요한 여러 부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자동차 전장을 맡고 있는 VS(비히클솔루션)사업본부는 기존 SCM(공급망관리)실을 SCM담당으로 격상했다. 생활가전이 주력인 H&A(홈얼필리언스&에어솔루션)사업본부는 아시아 생산 전초기지인 베트남 공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베트남생산조직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ERP(전자지원관리) 시스템인 N-ERP를 지난 4월 구축했다. ERP는 기업의 물적, 재무적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N-ERP는 소비자 주문 현황과 전체 공급망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내는 게 특징이다. 동남아·중국법인,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미리 도입됐으며, 내년 1월 삼성전자 법인에 통합 도입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N-ERP를 위해 수년 전부터 SCM에 공을 들여왔고,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대응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7776억원으로 예상된다"라며 "가전을 중심으로 비용 상승 요인이 예상보다 크게 작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해상운임의 지속적인 상승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은 우리 수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