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신임 수장으로 내정하며 젊어진 네이버가 해외 사업 공략을 본격화하며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찌감치 메신저 ‘라인’을 통해 공략해 온 일본 시장은 네이버가 더 큰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커머스, 콘텐츠, 기술을 주제로 세 편에 걸쳐 네이버의 새해 해외 공략법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네이버가 일본서 베타 서비스 중인 마이스마트스토어. /라인

네이버가 내년 봄 ‘일본판 스마트스토어’를 출시한다. 1등 포털을 기반으로 국내 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듯, 현지 1위 메신저를 바탕으로 일본에서도 커머스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세웠다. 지난해 베타(시험) 버전을 운영하며 입점사를 모집한 한 이후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는 이번 스마트스토어 출시를 계기로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소상공인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소상공인과의 협업을 중시하는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새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입점사에 1년 이상 판매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현지 경쟁사는 판매·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입점사로서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면서, 일본 인구 약 70%가 활용하는 메신저 ‘라인’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네이버 라인. /라인

◇ 日 공략할 비장의 무기는 9000만이 쓰는 ‘라인’

13일 네이버에 따르면 내년 봄 ‘일본판 스마트스토어’가 현지에서 출시된다. ‘마이스마트스토어(MySmartStore)’로 명명되는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20일부터 공식 출시를 위한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마이스마트스토어의 본격적인 출시 시기는 3월 안팎으로 예상된다. 라인이 현재 내년 3월 31일까지 마이스마트스토어 개점 신청서를 제출한 가맹점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마이스마트스토어를 통한 모든 판매에 대한 판매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입점한 업체는 라인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라인 프렌즈와 식음료, 화장품 판매점 등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양한 업체에서 입점 관련 문의를 해오고 있다”라며 “입점사 역시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국내와 차별화된 점은 입점사가 네이버라는 포털이 아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라인’을 통해 제공된다는 점이다. 국내로 비유해보면, 카카오의 카카오톡에 입점사들이 들어오는 식이다. 입점사는 라인 계정을 동기화해 매장 공지, 쿠폰, 판촉 메시지 등을 소비자에게 발송할 수 있다. 여기에 사후서비스(AS) 등을 위한 1:1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입점사는 공식 계정으로 월 1000통까지 판촉을 위한 메시지를 소비자에 무료로 발송할 수 있다. 5000엔(라이트플랜)과 1만5000엔(스탠다드플랜)을 내면 각각 1만5000통, 4만5000통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이후 추가 메시지 요금은 각각 3~5엔이 부과된다. 스탠다드플랜을 활용해 많은 문자를 발송할 경우 가격은 1엔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채팅 송수신 및 자동 응답 메시지 등 일부 메시지 전달은 별도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래픽=이은현

네이버는 오는 2027년까지 일본 커머스 사업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사실상 현지 시장 1위를 찍겠다는 포부다.

네이버는 지난 2001년 네이버쇼핑 서비스를 시작으로 수십년 동안 쌓아온 이커머스 사업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4100만명 이상이 쓰고 있는 1위 포털을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네이버의 점유율은 18.6%다. 쿠팡(13.7%), 이베이코리아(12.4%) 등은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에서 라인 이용자는 올해 6월 기준 전체 인구 중 약 70%에 달한다. 일본 전체 인구 약 1억2500만명 가운데 9000만명가량(월간 이용자 수 기준)이 라인을 쓰는 셈이다.

◇ ‘중소 판매자 키워야 네이버도 성장’ 경영 철학도 수출

네이버가 일본 커머스 시장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배경으로는 소프트뱅크의 지원 사격도 빼놓을 수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네이버 역시 마이스마트스토어 베타 버전을 출시하며 Z홀딩스와 제휴해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Z홀딩스는 소프트뱅크를 대주주로, 야후재팬 등의 자회사를 보유한 일본 대표 인터넷 기업이다. 앞서 올해 3월 Z홀딩스는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과 경영 통합을 진행했다. 일본 포털 1위와 모바일 메신저 1위(라인)가 손 잡은 것이다.

시너지도 본격화하고 있다. Z홀딩스의 2분기(9월 결산 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3% 증가한 3776억엔(약 3조9240억원), 영업이익은 641억엔(약 6661억원)으로 35% 늘었다. 신사업 중 하나인 메신저 내 선물하기 기능인 ‘라인기프트’의 거래대금은 전년보다 184.3% 급증했다. 라인을 통한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마이스마트스토어 성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향후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는 국내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쌓은 소상공인과의 협력을 일본 내에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현지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해진 GIO가 여러 차례 강조해왔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3년 만에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 GIO는 “소상공인 협력과 관련된 문제는 꽤 오랫동안 애써왔던 부분이지만 여전히 미진한 점이 많은 것 같다”라며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네이버는 지난 2001년 네이버쇼핑 서비스를 시작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소상공인(SOHO)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그 결과물이 2014년 출시한 스마트스토어의 전신 ‘스토어팜’이다. 스토어팜은 소상공인들이 손쉽게 상품을 올리고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구축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본격적으로 선보인 스마트스토어는 소상공인들의 이커머스 전환을 돕는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웹에서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에 발맞춰 2012년 지식쇼핑(현 네이버쇼핑) 모바일 웹을 출시하며 대응한 노하우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 결과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47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국감에서 뭇매를 맞았던 카카오, 쿠팡 등과 달리 네이버가 비교적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속한 한 자영업자는 “네이버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기보다 이를 잘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지원을 지속해서 고민해왔다”라며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카카오나, 쿠팡과 비교할 때 온도차가 큰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중소상공인(SME) 등을 지원하기 위해 2년간 18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게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도 제공하기로 했다. 상품, 판매, 속성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해 이를 고도화된 추천 서비스로 제공, 이용자·판매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마이스마트스토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