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와 4㎚(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가 TSMC에 주문이 몰린 덕분에 AMD 칩을 생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미 퀄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을 유치한 삼성전자가 또 다른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AMD를 고객사로 들이게 된 것이다.

10일 JP모건 투자자노트에 따르면 AMD는 크롬북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삼성전자의 4㎚ 공정에 맡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양산은 내년 말로 예상된다.

애초 AMD는 크롬북용 CPU를 파운드리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의 12・14㎚ 공정으로 만들어 왔다. 하지만 GF가 7㎚ 공정 개발을 포기한 이후, AMD는 TSMC 7㎚ 공정으로 젠3 마이크로아키텍처에 기반한 라이젠 시리즈와 에픽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TSMC의 3㎚ 공정 생산라인이 들어설 대만 신주의 팹 18. /TSMC 제공

이어 AMD는 젠4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 CPU를 TSMC의 5㎚ 공정 등에 맡길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TSMC에 미세공정 칩 주문량이 몰리면서 생산 배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쿨 하리하란 JP모건 연구원은 "시장 수요를 보면 크롬북용 CPU에 (TSMC가 생산을) 할당하는 비중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올 초부터 TSMC의 애플 우선 배정에 불만이 상당했던 AMD는 5㎚ 파운드리 다변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AMD가 삼성전자에 4㎚ 공정 파운드리를 맡기려는 것은 이런 상황적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10㎚ 이하 파운드리가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뿐이기 때문이다.

AMD는 삼성전자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 AP인 엑시노스 2200에 AMD의 라데온(R) DNA2 기반 모바일 GPU를 장착하는 것이다. 따라서 GPU 생산도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크다. 엑시노스 2200은 CPU, GPU, 신경망처리장치(NPU), 통신칩 등을 하나로 모은 SoC(시스템온칩) 형태로 제작돼, 같은 파운드리에서 칩을 만들게 되면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퀄컴 AP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자체 AP 엑시노스 2200에 이어 AMD까지 연거푸 최신 공정인 4㎚ 파운드리를 수주, 10㎚ 미세공정에서 TSMC와 대등해지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 /퀄컴

삼성전자는 4㎚에 이어 내년 상반기 3㎚ 공정 양산을 통해 더 많은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을 통해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활용한 3㎚ 1세대 공정을 선보이고, 2023년 3㎚ 2세대, 2025년 GAA 기반 2㎚ 공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2200 등 최근 삼성 4㎚ 공정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알려졌다"라며 "퀄컴 역시 스냅드래곤8 1세대 전량을 삼성전자 4㎚에 맡기는 건 그만큼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다"고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2~3년간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의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편, TSMC 역시 4・5㎚ 등 초미세공정에서 계속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AP 1위 대만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000과 애플 아이폰14(가칭)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A16 바이오닉(가칭)을 4㎚ 공정으로 수주한 것이다. 다만 TSMC는 3㎚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어 내년 하반기에나 3㎚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