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왼쪽)와 카카오톡(오른쪽)의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 예약과 인증서 발급 시스템. /각 사 제공

카카오(035720)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인정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전자서명인증 평가·인정제도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공인인증서 폐지법'이라 불리는 개정 전자서명법 시행으로 민간 전자서명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전자서명인증 수단이 신뢰할만한지, 안전한지를 검증, 심사하는 것이다.

카카오가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24일 현재까지 자격을 확보한 기업은 NHN페이코, 신한은행, 네이버, 국민은행,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뱅크샐러드 등 총 10곳으로 늘어났다. 자격 요건만 갖추면 인정을 받는 제도인 만큼 올해 안에 추가 사업자들이 잇따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의 사업자 자격은 1년간 유효하다.

KISA 관계자는 "민간인증 서비스 방식이나 장비 등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인정 사업자도 매년 자격 갱신을 위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민간인증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양한 인증사업자들이 자유롭게 경쟁해 국민의 인증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전자서명법 개정의 취지에 부합한 것이다. 하지만 평가 인증 참여 기업들이 대부분 카카오, 네이버, 대형 은행 같은 거대기업이어서 플랫폼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 확보를 위해 공짜로 인증서를 뿌리고 있는 이들과 경쟁 자체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 돼 가고 있다"라면서 "민간 인증시장이 열린 뒤 중소 사업자는 인증서 발급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일부 영세 사업자들은 휴·폐업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이들 기업이 공짜로 인증서를 뿌려가며 수익도 안 되는 민간인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가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시작된 마이데이터는 제3자(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고객을 대신해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계좌 잔액, 거래내역 등의 개인금융 데이터 수집·지급을 지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정보 주체의 데이터 활용을 높일 뿐 아니라 이 정보를 소셜미디어(SNS), 위치정보, 의료정보 등 타 부문 데이터와 결합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데이터산업 현황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데이터 산업 시장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본격화 등에 힘입어 2026년까지 연평균 11.3%의 성장세를 보이며 3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포털, 메신저 등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상당량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선 뛰어들 만한 시장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잔여백신 당일 예약 서비스를 하고 있는 카카오가 잔여백신 자동신청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건강정보 광고를 띄우는 식의 마케팅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다양한 사업자가 민간인증 서비스 중이지만, 5년 뒤인 2026년쯤엔 '카카오 천하'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실제 올 초 연말정산서비스 민간 인증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던 카카오, 통신사(PASS), NHN페이코, KB국민은행 등 5개 사업자 가운데 카카오 점유율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증업계 관계자는 "당시 공인인증서 사용 비율이 88%, 민간인증서 사용 비율이 12%였는데 이 중 카카오가 9%로 압도적 점유율을, 통신사가 3% 점유율로 그 뒤를 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이미 전 국민의 절반쯤 되는 2800만명이 카카오 인증서를 쓰고 있고 카카오톡을 통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 측은 "마이데이터 사업은 자산관리 등을 담당하는 카카오페이에서 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마이데이터 '인증' 사업자로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뛰어들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라면서 "인증 사업 자체만으로도 보험사·증권사 등 기업(B2B)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번에 받은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자격은 파트너사들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