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망에 진입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최근 애플 전용 생산라인을 속속 조성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공급망 내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BOE가 공격적으로 공급 수량을 늘리면 입장이 비슷한 LG디스플레이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BOE는 최고급 스마트폰 등에 채용하는 플렉시블(휘어지는) OLED 생산 공장인 중국 쓰촨성의 청두 B7, 면양 B11, B12 등 세 곳을 애플 전용 라인으로 전환한다. 아이폰 공급망내 OLED 출하량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BOE의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은 6세대(1500×1850㎜) 유리원판 기준 월 9만6000장 수준이다. 중국 공장 세 곳 중 가장 늦게 건설된 B12의 양산이 최대치에 이르면 BOE는 월 14만4000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월 14만4000장은 이 분야 세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 월 14만장과 비슷하다”고 했다.

BOE는 내친김에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OLED 개발에도 나서는 중이다. LTPO TFT는 역동적인 화면을 부드럽게 표현해내는 주사율 120㎐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로, 주사율은 1초에 화면에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의 숫자다.

현재 아이폰13 프로와 프로맥스에 적용돼 있는 OLED에 LTPO TFT가 들어가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나 BOE 등 후발주자의 추격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공급량을 확보하고 있는 건 이 LTPO TFT OLED 덕분이다. BOE는 현재 B11 라인을 LTPO로 전환 중에 있다. 애플 아이폰14(가칭) 공급을 목표로 한다.

애플 아이폰13. /애플 제공

애플은 주사율 60㎐의 아이폰12와 아이폰13의 OLED 패널(6.1인치) 공급을 LG디스플레이와 BOE에 맡기고 있다. BOE는 올해 아이폰 12에 1500만대, 아이폰13에 300만대를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이폰 12와 13을 합쳐 총 1억대의 아이폰 출하가 전망되고 있어 현재 추세로는 BOE가 애플 내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공급망 내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떨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LTPO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애플이 BOE를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패널 공급 가격 협상에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BOE 물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공급망 다변화 자체가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월 3만장 규모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을 운영 중으로, 지난 8월 중소형 OLED 생산설비를 위해 3조3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경우 월 4만5000장의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BOE의 생산능력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LTPO 전환을 준비 중에 있지만, 아직 애플 공급을 따내지는 못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내년 아이폰14에 LTPO TFT OLED 공급을 노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아이폰13과 13미니에 들어가는 60㎐ LTPS TFT OLED를 모두 공급하고 있고, 120㎐ OLED는 독점 공급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월 14만장의 생산능력도 최근 투자 집행을 시작한 애플 전용 A4E 라인의 설비 투입이 마무리되면 월 16만5000장으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OLED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팔며, 매출 또한 가장 많은 기업으로, 애플 공급은 디스플레이 역량의 가늠자로 사용된다”라며 “BOE가 생산능력을 높여 애플에 침투할수록 같은 입장에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