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겸 최고창의력책임자(CCO).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미래먹거리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점찍고 관련 게임과 기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간 회사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던 ‘돈 쓰는 게임(P2W·페이투윈)만 만든다’는 오명을 ‘돈 버는 게임(P2E·플레이투언)’으로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관심은 자연스레 엔씨의 첫 NFT 게임에 쏠리고 있다. 게임 업계는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 TL’이 그 주인공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1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의 NFT 진출 선언은 여러모로 파급력이 상당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NFT’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는데, 발표 직후 주가가 치솟았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1일 전날보다 29.9% 오른 78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NFT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각 토큰 하나마다 고유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이 가치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국내에서는 현금화가 막혀 있다. 엔씨소프트는 NFT 게임을 해외시장 공략 수단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에서 서비스 중인 '미르4'. /위메이드 제공

NFT 게임에 관한 관심은 국내외 모두에서 뜨겁다. 대표적인 게임은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바미스가 개발한 ‘엑시인피니티’다. 게임 내에서 몬스터를 구입해 다른 플레이어와 전투한다는 단순한 게임성을 갖고 있지만, 이길 때마다 주는 스무스러브포션(SLP)을 모아 현금화할 수 있다. 엑시인피니티는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뿐 아니라, 국내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다. 전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엑시인피니티는 1개당 17만4400원에 거래됐다.

국내 대표기업은 위메이드다. 지난 8월 출시한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 글로벌 버전’에 NFT를 접목한 것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흑철’이라는 광물을 캐, 위메이드의 가상화폐인 ‘위믹스’로 바꿀 수 있다. 위믹스는 현재 빗썸에서 15일 16시 30분 기준 1만6000원대에 거래됐다. 위메이드는 다른 게임사와의 협력을 통해 ‘위믹스’를 사용하는 NFT 게임을 10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국내 중소형 게임사가 집중해 온 NFT 게임 시장에 연간 매출 2조원(2020년 기준)이 넘는 엔씨소프트가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건, 그만큼 관련 분야 전망이 밝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해외시장 매출 비중이 30%(3분기 기준 24.5%)도 되지 않았던 엔씨소프트는 NFT 게임을 통해 본격적인 해외 개척에 나선다.

NFT 게임은 일반적으로 게임 내 생산성 활동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게임 내 아이템을 현금화하려면 아이템을 모아야 하는데, 보통 MMORPG에서는 채집 활동이나 사냥 등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모으기 쉽다. 한국형 MMORPG의 가장 특징 중 하나인 단순 반복 작업이 NFT 게임의 P2E에 최적화돼 있다는 이야기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한국형 MMORPG의 개념을 정립한 회사로 이름이 높다.

엔씨소프트 제공

업계는 엔씨의 NFT 첫 게임이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 TL’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출시한 ‘리니지W 등에 새로운 게임 요소로 NFT를 추가하는 것보다 신작에 NFT를 도입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프로젝트 TL은 엔씨소프트가 지난 2011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게임으로, 원래는 ‘리니지 이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프로젝트 TL’로 개발명이 2017년 바뀌었다. ‘TL’은 ‘더 리니지’의 영문 약자를 의미한다. 지난해 대규모 사내 테스트를 진행했고, 내년 하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9월 “리니지W가 마지막 ‘리니지’다”라고 밝힌 바가 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TL: Throne and Liberty(왕좌와 자유)’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TL’의 새 이름으로 보인다”라며 ”새 게임의 리니지 정체성을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개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당사는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계승하는 차세대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라며 “PC 온라인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MMORPG가 NFT 게임에 적합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에 NFT가 적용된 게임을 발표할 것이고, 어느 게임에 적용할지는 시장이 잘 알 것이다”라며 “MMORPG가 NFT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