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 게임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투자 경쟁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업체들의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묻지마 식 투자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지난 달에만 메타버스·블록체인 분야에 13건의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집행했다. 게임빌과 컴투스가 5건으로 가장 많고, 위메이드가 3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업 지주사인 게임빌은 블록체인 기반 종합 콘텐츠 및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명까지 컴투스홀딩스로 변경한다. 컴투스는 최근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기업 미씨컬게임즈, 더샌드박스, 업랜드, 캔디디지털, 애니모카브랜즈에 투자했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모두 블록체인 기반 게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게임빌은 전날 자체 게임 전문 플랫폼 ‘하이브’를 독자적인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이브에 블록체인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얹고, 자체 가상화폐(C2X)를 발행한다.
게임빌은 블록체인 게임도 대거 선보인다. 크로매틱소울: AFK 레이드, 프로젝트 MR(가칭)과 함께 게임빌의 대표 스포츠 게임인 게임빌프로야구에도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접목한다. 컴투스 역시 적극적이다. 컴투스는 대표 게임 지식재산권(IP)인 서머너즈워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 P2E(play to earn·게임으로 돈을 버는) 기능을 도입해 내년에 새롭게 출시한다. 컴투스는 블록체인 기반 아이템과 게임 재화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이용자에게 부여한다.
위메이드는 자체적으로 개발·운영 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플랫폼 확장에 힘쓰고 있다. 위메이드는 P2E 게임의 오픈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힘쓰기 위해 블록체인 회사인 위메이드트리를 합병했다. 최근에는 게임 개발사인 NT게임즈, 액션스퀘어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위믹스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플랫폼에 NFT 게임 100개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체 제작하는 게임과 함께 다른 회사들이 만든 게임에도 기술을 지원한다.
펄어비스도 최근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 5일 북미 메타버스 기업 하이퍼리얼에 300만달러(약 35억원)를 투자했다. 하이퍼리얼은 유명인을 닮은 아바타를 만드는 업체로, 펄어비스는 하이퍼리얼이 만든 아바타를 영화, 뮤직비디오, 광고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펄어비스는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 ‘도깨비’도 메타버스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도깨비는 게임 본연의 재미와 현실적 요소를 가미한 만큼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다”라며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가상 공간에서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활용해 메타버스 시장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넷마블의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을 위해 메타버스 특수시각효과(VFX) 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 8월에는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카카오엔터와 가상 아이돌 그룹을 제작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계열사를 앞세워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프렌즈게임즈는 최근 NFT 거래소 설립을 공개했다. 프렌즈게임즈는 NFT 거래소에서 게임 아이템, 아이돌 팬아트, 골프 티타임 예약권 등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기로 했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에 대한 게임사의 묻지마식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경우 국내에서는 사행성 문제로 출시가 쉽지 않은데, 게임사들은 유행처럼 블록체인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NFT 역시 상품의 존재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메타버스의 경우 너무 낭만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거론되는 성공 사례도 기존에 있던 게임인 경우가 많아 실체가 없는 상황이다”라며 “또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이나 아이템의 경우 비트코인처럼 가격의 기복이 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NFT는 블록체인에 등록된 등기권리증과 같은 개념으로, 단순히 인터넷상에서 화면으로 NFT화 된 상품을 보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라며 “실제 주소에 해당 상품이 존재하는지, 파는 사람이 콘텐츠의 실소유주인지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확인이 미흡해 향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