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톤의 실내 사이클은 퀄컴의 칩으로 구동된다. /펠로톤

스마트폰용 칩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매출원을 다변화하면서 반도체 공급난, 스마트폰 비수기 등에도 역대급 분기 실적을 기록해 관심을 끌고 있다. 퀄컴은 자율주행차나 가상현실(VR) 기기 등으로 칩 공급처를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하나하나 실행해나가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7일 퀄컴과 외신 등을 종합해 보면, 회사는 최근 발표한 2021 회계연도 4분기(2021년 7~9월)에 93억달러(약 11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용 칩 판매나 특허 사용료가 주 수익원이지만, 이번 분기에는 사물인터넷(IoT) 매출이 1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나 급증하며 큰 기여를 했다. 부품 공급에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던 것은 이런 매출 다변화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칩 공급이 계획대로 정확히 진행되면서 4분기를 훌륭히 보낼 수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라면서 “2022 회계연도 1분기(우리 기준 2021년 4분기)를 살펴보면, 스마트폰 이외의 수익원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 만든 VR 기기 ‘오큘러스’가 퀄컴의 칩으로 구동된다”라면서 “VR이나 증강현실(AR) 장치가 휴대폰 이외의 잠재적인 성장동인이다”라고 덧붙였다.

퀄컴에 따르면, 회사 칩은 미국의 프리미엄 홈트레이닝 장비업체 펠로톤의 실내자전거(바이크+), 러닝머신(Tread) 등에 탑재됐으며, 오큘러스를 포함한 50개 이상의 VR·AR 기기에도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차랑용, IoT 등 퀄컴의 신규 사업 매출 합산은 2021 회계연도 기준 1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아몬 CEO의 수익다변화가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석했다.

실제 지난 달 아몬 CEO는 투자회사 SSW파트너스와 손잡고 스웨덴 자동차 기술회사인 베오니어(Veoneer)를 45억달러(약 5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퀄컴은 베오니어의 어라이버(Arriver) 사업부문만 SSW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하고 나머지는 매각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라이버는 베오니어에서 주행 보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사업부다. 자율주행용 칩에서 베오니어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흡수, 자율주행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아몬 CEO의 야심이 반영된 인수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최근 퀄컴은 주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중앙처리장치(CPU) 경쟁력 저하된데다 애플 역시 인텔의 스마트폰용 모뎀칩 사업부를 인수해 독립이 예고된 만큼 단기적으로 주력 통신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생존기로에 몰리고 있다”라면서 “애플 CPU를 설계했던 엔지니어들이 차린 반도체 설계기업 ‘누비아’를 인수하고, 자율주행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건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가서도 반도체 기업으로서 패권을 이어가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