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네트워크 장애. /KT 제공

구현모 KT(030200) 대표는 전국에서 발생한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인터넷 먹통) 사태 하루 만인 26일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조속하게 (피해)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날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약 85분간 KT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모든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 후 이용 불만과 피해 보상 요구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주식 투자자들이 최대 1조원의 주식 거래를 못 한 것으로 추산되고 자영업자들의 생계에 차질을 빚는 등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스포츠·온라인게임·교육·의료 등 일상과 밀접한 분야까지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구 대표가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피해 보상 규모는 2018년 서울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미친 아현지사 화재 때보다 상당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온라인 한·중 바둑대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8강 경기 4개가 재개됐다. 전날 예정됐던 경기였지만 한국 측 네트워크 장애로 진행이 불가능했던 탓에 하루 뒤인 이날 재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전날 낮 12시 경기 시작에 맞춰 한국 측 선수들이 접속했지만 네트워크 장애로 일정을 1시간 미뤄야 했고, 가까스로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잦은 장애로 인해 중국 측에 양해를 구하고 중단해야 했다.

전날 게임업계도 비상이 걸렸었다. 게임 접속 장애의 정확한 원인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불만이 게임사를 향해 쏟아졌기 때문이다. 장애 원인이 KT의 내부 문제임이 밝혀졌지만, 이날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보상안을 내놨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리니지2M 등 자사 게임 이용자에게 게임 내 유료 아이템을 지급했다. 넥슨·넷마블·카카오게임즈 등은 별도 보상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전날 이용자 불만 대응과 원인 규명에 상당한 내부 인력들이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분야에선 서울·경기 등 지역의 전국 12개 교육청, 7742개 학교·유치원 등 교육기관에서 인터넷 서비스에 불편을 겪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원격교육 시스템인 EBS 온라인클래스, 공공학습 관리시스템인 e학습터에 접속 오류가 발생해 학생과 교사가 원격교육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전날 오전 11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 e학습터 콜센터로 접수된 장애 건수가 34건이었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들에선 학생들이 비대면 중간고사를 치르던 도중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외 일부 의료기관에서도 내원 환자 접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