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다음 달 4일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를 한국에 출시한다고 25일 밝혔다. 넷플릭스, 월트디즈니에 이어 애플까지 한국 OTT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애플TV플러스는 지난 2019년 9월 미국에서 출시돼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 세계 유료 구독자 약 4000만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2억1000만명),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1억2000만명)에 한참 못 미치고 있지만, 200만~300만명 수준인 토종 OTT엔 무시할 수 없는 강적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애플이 한국 시장을 겨냥한 맞춤 전략도 준비하면서 국내 OTT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날 애플의 발표에 따르면 애플이 준비한 한국 진출 전략은 4가지다. 첫 번째는 SK브로드밴드와의 제휴다.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 'Btv' 가입 고객에게 '애플TV 4K'를 기본 셋톱박스로 제공해 기존 IPTV 콘텐츠와 함께 애플TV플러스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애플TV플러스는 기본적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와 일부 삼성·LG 스마트TV를 통해 볼 수 있는데, 약 20만원짜리 전용 셋톱박스인 애플TV 4K를 구매하면 기기 상관없이 모든 TV와 모니터로도 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별도 셋톱박스가 필요한 애플TV플러스를 기존 IPTV 가입자가 진입장벽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애플TV 4K는 A12 바이오닉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로 탑재하고 초당 60프레임 재생, HDR, 돌비비전, 돌비애트모스 등 고품질 영상·음향 기능을 지원한다. 애플TV플러스, Btv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왓챠 등 경쟁 OTT 애플리케이션(앱)도 실행할 수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늘면 애플TV 4K의 국내 보급도 확대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KT와 손잡은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견제책인 동시에, 모바일·PC 시장에서 인정받는 하드웨어 파워까지 동원해 OTT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애플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 카드로 애플은 오리지널 K콘텐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비스 출시에 맞춰 카카오웹툰 원작, '장화, 홍련' '악마를 보았다'의 김지운 감독 연출, 배우 이선균 주연의 애플TV플러스 최초 한국 작품 '닥터 브레인(Dr. Brain)'을 선보인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열풍을 일으키고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상륙에 맞춰 '블랙핑크: 더 무비' 등 K콘텐츠를 준비한 가운데, 애플도 닥터 브레인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K콘텐츠 수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에디 큐 애플 서비스담당 수석부사장은 이날 "애플은 한국 아티스트, 크리에이터(창작자)와 오랜 기간 협업했다"라며 "한국 창작자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확대해 더 많은 한국 작품을 전 세계 관객에게 선보이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애플TV플러스는 월 6500원에 이용 기기 수와 관계없이 가족 6명까지 계정 공유가 가능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족 단위의 TV 이용층 공략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TV 이용이 가능한 OTT 요금제는 넷플릭스가 최저 월 9500원, 디즈니플러스가 월 9900원이다. 토종 OTT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월 1만900원짜리 요금제부터 가능하다.
애플의 마지막 카드는 다음 달 4일 국내에 출시되는 '애플원'이다. 월 1만4900원에 애플TV플러스, 애플뮤직(음원 스트리밍), 애플아케이드(게임), 아이클라우드플러스(iCloud+·클라우드) 등 애플 구독 서비스들을 한 번에 구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약 20%를 차지하는 아이폰 이용자를 포함한 기존 애플 제품 이용자를 겨냥한 것이다. 각 서비스의 개별 구독과 비교하면 월 8100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애플은 다음 달 4일 출시 후 모든 이용자에게 3개월, SK브로드밴드 가입자에겐 6개월 간 무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초기 구독자 확보에도 힘주고 있다.
한편 이로써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는 한국 시장에서 더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 티빙은 내년 일본과 대만, 2023년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구독자 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웨이브 역시 같은 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