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을(왼쪽)·이명한(오른쪽) 티빙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10시 독립법인 출범 1주년 온라인 행사 '티빙 커넥트 2021'에서 글로벌 진출 전략 등을 발표하고 있다. /티빙 제공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이 내년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다. 전 세계 이용자 2억명에 달하는 메신저 라인(LINE)과 협업해 현지 구독자들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는 18일 독립법인 출범 1주년을 맞아 온라인 개최한 ‘티빙 커넥트 2021′에서 “라인을 포함한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내년 일본과 대만, 2023년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라며 “주요 국가에 D2C(기업-소비자 직거래) 서비스를 출시하고 운영함으로써 (모회사인) CJ ENM의 콘텐츠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로컬(현지) 콘텐츠를 수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일본과 대만은 SVOD(넷플릭스·티빙 같은 유료 구독형 OTT)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고 K콘텐츠의 인기가 증명됐으며 향후 동남아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수 있다”라며 “또 미국은 K콘텐츠 팬덤이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 만큼 이 국가들을 우선 진출국으로 삼을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유럽, 중남미 등 10개국 이상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31일 CJ ENM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양 대표가 이날 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이날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티빙은 해외 방송국이나 OTT 플랫폼과 협업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대신 직접 현지 플랫폼을 만들고 구독자를 끌어모음으로써 글로벌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오징어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가운데, 최초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한국 OTT로서 티빙이 한류 팬들을 구독자로 확보할 수 있다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생긴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 수는 각각 2억명, 1억2000만명인데 국내 서비스에 한정된 티빙의 구독자 수는 30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양 대표는 “2023년까지 국내 가입자 수를 800만명으로 늘리고, 해외 사업이 구체화되면 이 목표를 상향하겠다”라고 했다.

양지을(왼쪽)·이명한(오른쪽) 티빙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10시 독립법인 출범 1주년 온라인 행사 '티빙 커넥트 2021'에서 글로벌 진출 전략 등을 발표하고 있다. /티빙 제공

티빙이 현지 구독자들을 모으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메신저 라인과의 협업이다. 양 대표는 “현재 양사가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 중인 상태다”라고 전했다.

협업 방식에 대한 질문엔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전 세계 230개국에서 이용자 2억명을 확보했고 일본에선 1위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라인의 글로벌 진출과 현지화 노하우를 티빙이 전수받고, 나아가 라인 이용자들이 티빙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계정을 연동하는 등의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정 라인플러스 대표는 “라인은 (티빙이 내년에 진출할) 일본, 대만에서 국민 메신저로 사랑받고 있다”라며 라인의 글로벌 사업 역량과 티빙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결합한다면 양사가 아시아 대표 OTT 플랫폼을 만들어낼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뿐 아니라 국내 확장 전략도 제시했다. 내년부터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 티빙 서비스를 지원하고 넷플릭스처럼 리모컨에 티빙 전용 버튼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모바일뿐 아니라 TV로 이용층을 확대하고 해외에선 전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티빙 이용자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대표는 웨이브를 포함한 다른 토종 OTT와의 플랫폼 통합 가능성엔 “현재로선 그럴 생각이 없다”라고 답했다. 넷플릭스에 맞서 토종 OTT끼리 통합해 이용자와 콘텐츠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고 양 대표가 단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