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호황에 힘입어 올해 3분기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SK하이닉스 역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반도체 호황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4분기에 더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가 매출 11조7856억원, 영업이익 4조350억원을 거둔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9%, 영업이익은 210.5% 늘어난 성적이다. 매출은 분기 최고 기록이며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시기이던 2018년 4분기(4조4301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를 이끌었고, 인텔과 AMD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D램 판매 실적도 뛴 것이다.
반도체 가격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수익성도 높였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9월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과 같은 4.1달러(약 4900원)를 기록했다. 2019년 4월 이후 2년 만에 4달러대에 진입한 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높은 상태다. 메모리카드와 USB에 들어가는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가격은 9월 기준 4.81달러(약 5750원)로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까지 오르면서 실적 호재에 힘을 보탰다.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분기와 비교해 40원 가까이 올랐다. SK하이닉스는 환율 상승효과로 5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호황에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의 4분기 평균 전망치는 매출 12조7000억원, 영업이익 4조500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시작될 수 있지만 반도체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고객사들의 높아진 재고 수준과 증가하는 공급량으로 D램과 낸드의 가격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전력 대란이 길어지면서 공급망이 불안해지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과 북미에서 확산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노트북을 포함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라며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성장세가 단기적으로 꺾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반도체 재고 조정에 따른 가격 하락이 단기간 일어날 수 있지만, 5세대 이동통신(5G)과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재고 조정이 끝나는 내년 3분기부터 가격 상승세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