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셰어링(시간 단위 차량공유) 사업 진출 여부를 두고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셰어링은 이미 쏘카가 점유율 88%를 장악한 시장인 만큼, 최근 여러 업종에서 불거진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투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도 카카오가 외부 시선을 의식해 알아서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11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4월 인수한 카셰어링 서비스 '딜카'의 운영권을 지난달 1일 넘겨받았지만, 이후 한 달이 더 지난 이날까지도 사업 본격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딜카 애플리케이션(앱)을 28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T 앱에 완전히 편입하거나 딜카 앱으로 접속하는 메뉴를 추가하는 방식의 사업 시너지를 추진해 왔다.
이날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기존 (딜카) 앱을 통해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T 플랫폼으로의 편입 여부와 그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정치권과 업계의 질타를 받고 있는 만큼 카셰어링 진출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카카오 공동체 안에선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카카오모빌리티 때문에 이런 일(골목상권 침투 논란)이 벌어진 만큼 카카오모빌리티를 질책하는 분위기가 있고 그래서 카카오모빌리티도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카카오의 딜카 인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혼합형 기업결합'으로 판단해 승인한 바 있다. 경쟁사를 인수하는 수평형, 상품의 유통 사슬이 연결된 회사를 인수하는 수직형 기업결합에 비해 혼합형은 회사의 기존 사업과 무관한 업종을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독과점과 경쟁 저해 우려가 적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런 혼합형 방식으로 업종을 불문하고 계열사를 늘리다가 현재 '문어발식 확장'이란 부메랑이 돼 정치권과 여러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지난 8월 기준 128개로 지난 5년간 83개가 늘었다. 카셰어링 진출이 정치권 등 외부 시각으론 또 하나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내비칠 우려를 카카오는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카셰어링 진출 지연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성 확보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택시 사업에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고 그나마 최근 골목상권 상생안으로 유료 호출 기능인 '스마트호출' 폐지와 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 요금 60% 인하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유력한 수익원인 대리운전 역시 업계의 반발로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업체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오히려 이미 맺은 인수 계약을 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와 대리운전에 의존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약 2800억원이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매출 기준 약 3000억원이다(삼성증권). 점유율 88.4%를 차지한 쏘카와 경쟁해 시장을 양분하기만 해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건데, 이를 실현하기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반면 카카오라는 강적을 안방에서 맞을 준비를 하던 쏘카는 부담을 덜었다. 쏘카는 640만 회원, 1만6000여대 공유 차량을 확보해 국내 카셰어링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카카오가 카카오T 플랫폼의 이용자 2800만명과 딜카 플랫폼의 전국 중소 렌터카 업체 300여곳, 차량 7000여대를 중개함으로써 쏘카를 위협할 것이란 관측이 앞서 업계에서 제기됐었다.
쏘카는 지난 8일 가맹택시 서비스 '타다'의 지분 60%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 매각해 연말까지 서비스 운영권을 넘긴다고 밝혔다. 이로써 쏘카는 카카오와 달리 카셰어링 사업에 더 힘을 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