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골목상권 철수 여부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정치권과 업계의 강한 요구에 여러 업종의 사업 철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서비스 운영권을 인수해갈 업체를 찾는 일부터 카카오 플랫폼 내 가맹점주들을 설득하는 일까지 카카오의 의지만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카카오헤어샵 등 골목상권 침투 논란을 빚은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택시·꽃배달 등 사업에 대한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정치권과 업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추가 상생안 마련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엔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 만약 그 부분이 좀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라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이) 국감에서 철수하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모든 사업을 철수 검토 대상에 놓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카카오 플랫폼과) 연관된 중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있어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사업 철수가 단칼에 무 자르듯 가능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운전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전화콜 1위 서비스 '1577 대리운전'의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의 지분을 인수하고 서비스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전화콜은 3000여곳 업체가 대리운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전화콜 업체들은 카카오가 1위 서비스 인수를 통해 이 점유율을 장악하려 한다고 보고 인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건 이미 인수한 1577 대리운전의 지분을 다시 다른 플랫폼 기업이나 중소 전화콜 업체에 팔아야 한다는 건데, 인수에 나서는 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카카오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택시 중개 사업으로 다져진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파워로 이 시장 진출이 가능했지만, 다른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리운전 수요가 줄어들자 경쟁 플랫폼인 쏘카도 이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고 중소 전화콜 업체 역시 불황을 겪고 있는 등 경쟁사들이 1577 대리운전을 인수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 시장의 유일한 경쟁 플랫폼이자 후발주자인 티맵모빌리티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티맵이 함께 전화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티맵은 티맵대로 사업 철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1577 대리운전을 계속 품고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대로 양사가 전화콜 사업 확장을 멈출 경우 시장 점유율은 카카오 1위 구도로 굳어져 결국 카카오만 좋은 꼴이 될 거란 계산을 티맵이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도 상황이 비슷하다. 카카오헤어샵은 카카오가 지분 24.52%를 가진 '와이어트'라는 운영사를 통해 운영된다. 카카오는 이 지분을 매각해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1577 대리운전처럼 지분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카카오헤어샵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 이 장점 없이 누가 서비스를 인수하겠냐는 것이다.
스크린골프 사업은 철수가 더 어렵다. 그나마 지분을 매각하면 철수가 가능한 카카오헤어샵과 달리 스크린골프는 전국 2100여곳(시장 점유율 20%)의 가맹점이 있어 이들의 동의 없인 일방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 애초에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브랜드로 내세워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에 카카오의 사업 철수 가능성에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은 카카오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장비·센서·솔루션(소프트웨어)도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만큼 스크린골프장 사업엔 그들의 권리도 있다"라며 "철수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