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좁아진 사람들의 생활 반경에 맞춘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 밀착)’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원격근무가 늘고, 장거리 외출이 줄면서 일명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이르는 신조어)’을 선점하기 위해 스타트업부터 대형 플랫폼과 대기업까지 하이퍼로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커버 스토리에서 하이퍼로컬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내외 기업을 분석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담았다. [편집자주]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학생 한주민(가명)씨는 최근 각종 앱을 활용해 동네를 탐방하는 일에 푹 빠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버스를 타고 강남까지 이동해 각종 경제 활동과 취미 생활을 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안전 유지 차원에서 최대한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 대학가에서 자주 열렸던 플리마켓(벼룩시장)에 가는 대신 ‘당근마켓’을 활용한 중고 거래를 애용한다. 강남까지 나가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보단, 당근마켓 앱 내 ‘동네생활’ 카테고리에 “주말에 산책할 동네 친구 구해요”라는 글을 올려 인근에 사는 주민과 만난다. 아예 아파트 밖을 나가는 것조차 귀찮을 땐, ‘아파트너’ 앱을 이용해 같은 동 주민과 중고 거래를 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기반의 생활반경이 좁아지면서 지역 단위의 촘촘한 네트워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하이퍼 로컬(hyperlocal·지역밀착) 플랫폼이 활성화하고 있다. 중고 거래의 핵심 문제인 불신과 물류 비용을 한번에 해결한 동네 기반 플랫폼으로 시작한 당근마켓이 지역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게 대표 사례다. 여러 스타트업을 필두로 국내 대표 플랫폼인 네이버까지 하이퍼 로컬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근마켓 이용자는 ‘동네생활’ 카테고리를 통해 동네에서 운동할 주민을 구하거나 동네맛집, 헬스장 등을 추천받을 수 있다.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동네 주민 간 중고 거래 서비스라는 사업 모델로 시작해 지금은 구인·구직, 부동산, 농수산물 등 정보 공유와 지역 가게를 홍보하는 ‘내근처’, 함께 자전거 탈 동네 친구를 찾는 등 주민 간 모임과 소통을 위한 ‘동네생활’ 등의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앱으로 확장한 것이다. 2018년 약 50만 명이었던 당근마켓 월간 사용자는 올 들어 1500만 명을 돌파했다.

네이버카페 이웃톡 이용자는 네이버 카페 게시글 중 동네 주민이 올린 매매 글을 확인하거나, 맛집 등 동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네이버카페

시·구 단위의 커뮤니티인 포털 맘카페의 원조격인 네이버는 지난 4월 네이버카페 서비스에 ‘이웃톡’을 추가했다. 이웃톡은 정보나 일상을 이웃과 나누며 소통하는 커뮤니티다. 동·시·구 등 지역 기반 네이버 카페의 최근 조회 수가 많은 게시글을 모아 보거나 동네 산책길 등을 소개하는 ‘일상’이나 ‘동네생활정보’, 이용자 주변 위치 관련 음식점을 추천하는 ‘맛집, 카페’ 카테고리를 활용할 수 있다. ‘중고 거래’ 카테고리에서는 네이버 카페 게시글 중 이용자 주변에서 올린 매매 글을 확인할 수도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맘카페 등 기존에 지역 기반으로 네이버에 존재했던 이용자의 수요를 파악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이나 하이퍼 로컬이 트렌드가 되면서 회사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온라인 포털 특성상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많았다 보니, 로컬의 영역을 강화하는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확보한 대기업 GS리테일은 지난해 하이퍼 로컬 트렌드에 맞춰 지역 밀착 배달 플랫폼인 ‘우리동네딜리버리’를 내놓았다. 주민이 주문한 GS 오프라인 편의점 상품을 같은 동네 주민이 배달원이 되어 도보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점포 반경 1.5㎞내의 주민에게 배달 요청 알람이 뜨고, 시간 되는 주민이 이를 수락하는 구조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동네 기반의 지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네 주민 누구나 쉽게 배달원이 될 수 있는 효율적이면서도, 사회 공헌적 성격이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중제/ 아파트 주민 간 중고 거래나 정보 공유도 활기

동 단위의 중고 거래 앱보다 더 가까운 이웃이 함께 거주하는 좁은 커뮤니티 단위인 아파트를 기반으로 한 지역 서비스도 인기다. 아파트 입주민 전용 앱인 ‘아파트너’는 입주민을 대상으로 하자 보수 신청, 관리비 조회, 전자투표, 얼굴 인식 입출입, 공동생활 시설 예약, 아파트 사전 점검 및 입주 예약, 아파트 방문 차량 정보 예약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주민과 아파트 관리자 간 발생하는 반복적인 대면 업무를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더 나아가 아파트 주민 간 중고 거래나 정보 공유 등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확장했다. 송파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이 앱은 전국 1300여 개 단지 105만 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주민만 가입이 가능한 구조로, 회원 가입은 관리사무소의 가입 승인이 필요하다.

모빌 이용자는 주차, 쓰레기 처리 등 아파트 관련 다양한 공지사항 및 정보를 앱으로 공유받고, 민원 등을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 모빌

지난 1월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인수한 종합 주거 관리 플랫폼 ‘모빌’ 역시 아파트 입주민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빌 역시 앱을 통해 입주민에게 전자투표, 전자결재, 전자관리비고지서 등 다양한 생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직방은 지방 앱 내 입주민 편의 서비스인 ‘우리집’ ‘컨시어지’ 기능을 추가하며 좁은 단위의 지역 밀착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입주민들은 주차 문제를 논의하고, 밤에 아파트까지 오는 안전한 길을 공유하며, 잠시 외출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주민을 찾기도 한다.

직방 관계자는 “주거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가장 좁으면서도 밀접한 지역 단위인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모빌을 인수했다”며 “주거 관련 모든 걸 제공하는 슈퍼 앱이 되기 위해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하이퍼 로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운즈’는 아파트 기반의 이웃 간 P2P 차량공유 서비스다. 오피스텔을 포함한 동일 아파트단지 내에서 이용하지 않는 개인 소유 차량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다른 입주민에게 단기 대여가 가능한 이웃 간 유휴차량 중개대여 업체다.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남는 차량을 편리하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자동차판 에어비앤비’로 불리기도 한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동네의 재발견] ① 팬데믹 이후 좁아진 생활 반경에 지역 플랫폼 뜬다

[동네의 재발견] ② <Infographic> 하이퍼 로컬 경제

[동네의 재발견] ③ 국내 동네 기반 플랫폼 경쟁 가열

[동네의 재발견] ④ [Interview] 정창훈 당근마켓 CTO

[동네의 재발견] ⑤ [Interview] 라스트오더 운영하는 오경석 미로 CEO

[동네의 재발견] ⑥ [Interview] 전 세계 500만 명 사로잡은 하이퍼 로컬 앱 올리오 CEO 테사 클라크

[동네의 재발견] ⑦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