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선보인 네이버 웨일북. /LG전자 제공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 ‘웨일’을 얹은 노트북, 이른바 ‘웨일북’이 또 다시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LG전자가 출시한 이 노트북의 성능이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 레노버에서 만드는 웨일북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웨일북은 현재 네이버 교육플랫폼 전용 기기로 전국 교육현장에 납품될 가능성이 높아 비싼 가격에 세금 낭비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웨일북은 교육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교육용 정보기술(IT) 기기다. 이 시장에서는 구글 크롬북이나 애플 아이패드 등이 각광을 받는데, 네이버는 웨일북을 국내 교육 환경에 최적화된 기기로 홍보한다.

앞서 네이버는 전국 총 10곳의 시·도 교육청(서울・경기・인천・부산・세종・제주・경남・전남・충남・충북)과 웨일 스페이스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교육 환경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플랫폼의 기능을 100% 구현할 수 있는 기기로 웨일북을 지목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이 현실화하면 웨일북은 교육청 산하 교육기관에 납품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웨일북의 가격이 기기 성능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웨일북 판매를 위해 네이버와 계약한 판매 업체 리퓨터는 최근 레노버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만드는 웨일북을 59만8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는데, 동급 성능의 노트북 가격보다 20~30만원 고가라는 논란이 있었다.

네이버 측은 현재 여러 노트북 제조사가 웨일북을 낼 예정이어서 레노버 OEM 웨일북의 가격은 대표성을 띄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구글 크롬북 역시 다수의 제조사에서 다양한 형태와 가격으로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15일 판매를 알린 웨일북의 가격이 55만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웨일OS를 장착한 LG전자 웨일북(모델명: 14UN30P)은 풀HD(1920×1080) 해상도의 14인치 크기(337×233㎜・두께 19.9㎜)로, 레노버 OEM 웨일북(11.6인치)보다 크다. 무게는 1.45㎏, 레노버 웨일북에 비해 다소 무겁다.

인텔 셀러론 N4120(1.1㎓-최대 2.6㎓) 중앙처리장치(CPU)에 인텔 UHD 그래픽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조합한다. 4㎇(기가바이트) DDR4 2400㎐ 온보드 메모리를 얹었으며, 64㎇ eMMC를 장착했다.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M.2)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슬롯을 제공해 저장용량을 넓힐 수 있다. 배터리는 평판형 리툼폴리머(34W)를 채택했다. 대만 페가트론이 OEM 생산한다.

LG전자는 이미 성능과 구성품이 웨일북과 거의 비슷한 노트북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명은 LG 울트라 PC(14U390-ME1TK)로, CPU가 인텔 셀러론 N4100이라는 점만 웨일북과 다르고 나머지는 다 똑같다. 웨일북의 CPU가 조금 더 최신 버전이긴 하지만, 두 프로서세의 성능 차이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PC 업계 설명이다.

네이버 웨일북. /네이버 웨일북 홈페이지 캡쳐

LG전자 울트라 PC는 현재 인터넷 최저가가 42만9000원이고, 평균적으로 40만원 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OS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10을 포함하는 가격이다. 정품 OS 설치 비용이 보통 10만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기 값은 더욱 싸다는 이야기다. 웨일북과는 10만원 이상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웨일북의 낮은 가격 경쟁력은 이날 발표된 애플 신형 아이패드와의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애플 아이패드는 미국 공교육기관 등에서 정식 기기로 사용할 만큼 교육용 IT 기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애플이 공개한 9세대 신형 아이패드는 애플이 자체 제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3 바이오닉을 장착하고, 10.2인치의 디스플레이 크기(해상도 2160×1620)를 가진다. 저장장치 용량은 64㎇와 256㎇가 준비됐다. 무게는 487~498g, 전면에 12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터치 스크린과 애플 펜슬을 사용할 수 있다. 교육용으로 분류되는 64㎇ 와이파이 모델의 경우 한국 판매 가격이 44만9000원이다. 웨일북보다 역시 10만원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웨일북 성능의 교육용 노트북 가격이 50만원 중반대라면 다소 비싼 감이 든다”라며 “OS 개발 비용 때문에 초기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교육기관 납품용 기기의 가격 논란은 세금 낭비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