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4일(현지시각)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13’ 시리즈를 공개했다. 노치(화면 상단을 움푹 팬 디자인) 크기를 전작인 아이폰12 대비 20% 줄였고, 시리즈 최초로 최대 1TB(테라바이트) 저장 용량을 지원한다. 전작과 같은 가격에 저장 용량을 높이고 120㎐(헤르츠) 화면 주사율과 전 모델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OIS, 일명 ‘손떨림 방지’) 등 새로운 기능을 지원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파크에서 연례 신제품 공개 행사를 온라인으로 열고 아이폰13 시리즈 4종을 공개했다. 아이폰12와 같은 라인업인 ▲5.4인치(화면 크기) 아이폰13 미니 ▲6.1인치 아이폰13(기본 모델) ▲6.1인치 아이폰13 프로 ▲6.7인치 아이폰13 프로 맥스로 구성된다. 전 모델이 5세대 이동통신(5G), 새 운영체제(OS)인 iOS15를 지원하고 새로운 두뇌 칩 ‘A15 바이오닉’을 장착했다.
한국의 정식 출시일은 1차 출시국(오는 24일 출시)보다 2주 늦은 10월 8일이다. 아이폰12 시리즈의 경우 4종이 최장 한 달 정도의 시간 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출시됐지만, 아이폰13 시리즈 4종은 같은 날 국내 출시된다.
가격(최소 사양 기준)은 4종 모두 전작과 같다. ▲아이폰13 미니 95만원 ▲아이폰13 109만원 ▲아이폰13 프로 135만원 ▲아이폰13 프로 맥스 149만원 등 가격부터 시작한다. 최고 사양 모델인 아이폰13 프로 맥스에 1TB 저장 용량 옵션을 선택한 가격은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3’(199만원)보다 비싼 217만원이다.
가격 기준으로는 아이폰13 미니와 아이폰13은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삼성 ‘갤럭시S21 FE(팬에디션)’, 아이폰13 프로와 프로 맥스는 ‘갤럭시Z플립3’, ‘갤럭시Z폴드3’, 내년 1월 출시가 점쳐지는 ‘갤럭시S22’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3과 아이폰13 미니의 저장 용량은 가격에 따라 128GB(기가바이트), 256GB, 512GB 중 선택할 수 있다. 전작의 같은 모델(64GB, 128GB, 256GB)보다 2배 늘었다. 아이폰13 프로와 프로 맥스는 전작과 같은 128GB, 256GB, 512GB에 더해 시리즈 최초로 1TB를 지원한다. 역대 최고 수준의 카메라 성능 향상에 맞춰 사용자가 고화질 영상·사진을 저장하기 위한 추가 옵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후면 카메라는 아이폰13과 아이폰13 미니가 듀얼(2개, 초광각·광각), 아이폰13 프로와 아이폰13 프로 맥스가 트리플(3개, 초광각·광각·망원) 카메라를 탑재했다. 전작과 구성이 같지만 아이폰13 프로와 프로 맥스 기준 시리즈 역대 최대 크기인 1.9μm(마이크로미터)의 조도센서를 장착해 촬영 성능을 끌어올렸다. 전작보다 47% 더 많은 빛을 모음으로써 특히 저조도 상황에선 성능이 약 2배로 개선됐다.
아이폰13과 아이폰13 미니도 1.7마이크로미터 조도센서를 포함한 센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두 카메라를 일자 배열에서 대각선 배열로 바꿨다. 전작에선 프로 맥스 모델에만 들어갔던 OIS 기능이 전 모델에 적용됐다. 시리즈 최초로 망원 카메라에도 야간모드를 지원한다.
애플은 향상된 카메라를 통해 ‘시네마틱 모드’와 ‘프로레스’ 기능을 선보였다. 시네마틱 모드는 카메라의 초점이 피사체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물론 피사체가 바라보는 방향이나 대상으로도 옮겨갈 수 있는 자동 초점 기능이다. 프로레스는 광고, 장편 영화, 방송 등 실무 현장에서 최종 전송용 포맷으로 사용하는 전문가용 동영상 편집 기능이다.
디스플레이는 시리즈 최초로 최대 120㎐의 가변 주사율을 지원한다. 이미 일부 모델에 120㎐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 아이폰12 시리즈는 60㎐만 지원했었다. 주사율은 1초당 화면에 표현되는 프레임 수로, 주사율이 높을수록 더 매끄러운 화면을 경험할 수 있다. 화면 최대 밝기도 야외 기준 아이폰13과 미니가 800nit(니트), 프로와 프로 맥스가 1000nit로 전작(각각 625, 800nit) 대비 최대 20% 증가했다.
배터리도 개선됐다. 4종 모두 용량이 사용 시간 기준으로 전작 대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 정도 더 늘었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일례로 아이폰12가 17시간 연속으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었다면 아이폰13은 19시간 동안 가능해졌다.
색상은 아이폰13과 미니가 핑크·블루·미드나이트·스타라이트·프로덕트 레드 등 5가지, 프로와 프로 맥스가 그래파이트·골드·실버·시에라 블루 등 4가지로 출시된다. 시에라 블루는 완전히 새로운 색상으로, 애플은 이를 위해 새로운 공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13 시리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로 ‘A15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애플은 전작인 A14 바이오닉보다 얼마나 성능이 향상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경쟁사 제품보다 최대 50% 빠르고 고사양이 필요한 작업들을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라며 “(아이폰13은) 그 어떤 스마트폰보다 빠르며 여전히 경쟁사들이 애플의 칩(AP)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애플은 연말까지 5G 지원 범위를 기존의 2배인 전 세계 60여개국, 200여곳 통신사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그외 전작과 동일하게 IP68 등급 방수를 지원하고 화면 표면에 유리보다 단단한 아이폰 독점 소재 ‘세라믹 쉴드’를 장착했다.
그렉 조스위악 애플 월드와이드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아이폰13 시리즈는 아름다운 디자인, 업계 최고의 성능, 첨단 카메라 시스템을 자랑한다”라며 “놀라운 내구성, 생활 방수 기능, 획기적인 향상을 이룬 배터리 사용 시간, 개인정보 보호 기능까지 갖췄다”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스마트워치 신제품 애플워치7도 공개했다. 전작인 애플워치6보다 베젤(테두리)을 줄여 화면 면적을 20% 넓혔다. 애플워치3와 비교하면 50% 넓어졌다. 배터리를 개선해 18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고 충전 속도는 애플워치6보다 33% 높아졌다. 화면 밝기는 애플워치6보다 실내 기준 최대 70% 증가했다. 앞서 외신이 전망한 아이폰12·13 같은 각진 모서리 디자인 대신 둥근 모서리 디자인이 채택됐다. 심전도, 혈중산소포화도 측정 등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했다. 화면 크기는 41㎜, 45㎜로 구성된다. 가격은 미국 기준 399달러(46만7000원)부터 시작한다. 한국 출시 가격과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 가을에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