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원 관련 이미지. /조선DB

인간 전화 상담원을 대신할 인공지능(AI) 콜센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버에 이어 최근 카카오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양대 빅테크 간 격돌이 예상된다.

AI 콜센터는 음성을 글자로 바꾸는 ‘음성인식(STT)’, 반대로 글자를 소리로 합성하는 ‘음성합성(TTS)’, 글자 인식을 넘어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자연어 이해(NLU)’ 등 AI 언어 처리 기술을 종합해 고객 응대 업무에 적용한 서비스다. 전화뿐 아니라 채팅, 이메일, 원격제어 등 AI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수단을 포괄해서 ‘AI 콘택트센터(AICC)’라고 부르기도 한다.

11일 IT업계에 따르면 AI 콜센터 시장 규모는 연 매출 기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AI가 대체해나갈 인간 상담원 콜센터 시장이 약 9조원, 그동안 비용 문제로 콜센터를 도입하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의 수요가 약 4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객의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IT기업들은 AI 콜센터 서비스를 개발해 금융·유통 등 업계의 수요를 앞다퉈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6일 현대백화점과 ‘AI 전화 음성봇’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어 첫 상용화에 나섰다. 추석을 앞두고 급증하는 콜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의 백화점 6개 지점에서 명절 선물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주소지와 배송일 확인, 배송지 변경과 환불 요청 대응 등 배송 관련 문의를 맡는다. 가령 고객이 “집 주소가 바뀌었다.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AI가 “고객님, 그럼 어디로 배송해드리면 될까요?”라고 물은 뒤 새로운 주소를 건물명과 동·호수까지 정확하게 듣고 배송지를 바꿔줄 수 있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카카오는 연말까지 챗봇과 음성봇을 아우르는 AI 콘택트센터 플랫폼 ‘카카오i 커넥트센터’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쟁사에 비해 시장 진출이 늦은 상황에서, 앞서 상용화한 AI 챗봇 ‘카카오i 커넥트톡’과 서비스를 연계해 음성봇 고객사 수도 빠르게 늘리려는 것이다. 카카오i 커넥트톡은 카카오톡 플랫폼을 사용하고 방대한 대화 데이터를 학습해 경쟁력을 높였다. 특허청·건강보험심사평가원·세종시청·제주도청 등이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챗봇에 음성합성(TTS) 기술을 추가해 이번 음성봇을 개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5월 신한은행에 음성봇 ‘쏠리’를 도입했다.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년간 은행원의 아웃바운드 업무(은행에서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통지성 업무)의 95%를 대체했다고 밝혔다. 인바운드 업무(고객이 은행에 전화를 거는 문의성 업무)인 고객상담센터의 전화 업무 역시 하루 상담 건수인 4만~8만콜 중 약 50%를 쏠리가 대신했고 전체 콜의 약 25%는 인간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했다.

카카오에 AI ‘카카오i’가 있다면 네이버엔 ‘클로바’가 있다. 카카오톡의 데이터를 학습한 카카오i처럼 클로바도 네이버 검색포털, 라인 메신저의 데이터를 학습해 품질을 높였다. ‘카카오i 커넥트센터’와 비슷한 ‘클로바 콘택트센터’라는 플랫폼을 이미 출시해 기업들에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성남, 부산 등 지자체는 코로나19 유증상자 상담을 위한 AI 케어콜 서비스에 클로바를 도입했다.

AI 콜센터는 이동통신 3사도 탐내고 있는 시장이다. SK텔레콤(SKT)은 지난해 10월 3사 중 가장 먼저 ‘보이스봇’을 출시했고 지난 6월엔 전 세계 100개국에서 1만개 이상의 고객사를 거느린 콘택트센터 업체 제네시스와 손잡고 ‘SKT AI 콘택트센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KT는 이미 국내 최대인 8000석 규모로 운영하는 자사 콜센터와 현대홈쇼핑 등에 서비스를 도입했고 신한금융그룹에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같은 그룹 계열사 LG CNS와 함께 서비스를 개발해 금융권 진출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