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로 주요 부품 수급에서 손발이 묶인 중국 화웨이에서 분리 독립한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Honor)'가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를 제치며 빠르게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화웨이는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을 보완하기 위한 중저가용 브랜드로 '아너'를 처음 내놓았다. 2019년 기준 연간 700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는 등 화웨이 전체 스마트폰 판매의 약 30%를 차지하면서 유럽 등에서 인기몰이했으나, 지난해 9월부터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화웨이로 가는 부품 수출이 사실상 금지되자 아너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작년 11월 아너를 선전시가 관리하는 컨소시엄에 매각, 독립시켰다.
5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 등 외신은 현지 시장조사기관인 시노리서치 집계를 인용해 지난 7월 아너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애플을 제치고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1위는 560만대를 출하한 오포, 2위는 530만대를 출하한 비보였다. 화웨이에서 독립한 이후 아너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 톱3′에 오른 것은 화웨이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이다.
아너는 독립 이후에도 부품 공급난에 따라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3%대까지 곤두박질쳤으나, 올해 상반기부터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을 회복하고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시작하며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중국 시장에서의 아너의 회복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3분기부터는 현지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이 기관의 집계에 따르면, 아너의 중국 내 점유율은 지난 1월 5.1%에서 6월 말 8.4%까지 올라온 상태다. 화웨이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든 오포·비보·샤오미를 화웨이에서 독립한 아너가 다시 위협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아너는 독립 이후 첫 스마트폰으로 올해 1월 V40 시리즈를 출시했고, 6월에는 중저가 라인업인 50 시리즈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8월 중순에는 고급형 수요를 노린 매직3 시리즈 3종을 내놓았다. 4599억위안(매직3)부터 7999억위안(매직3 프로+)까지 우리돈 10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출시와 동시에 재고가 동나는 등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퀄컴의 반도체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구동된다. 기종에 따라 10~100배 줌이 가능한 후면 카메라 3~4개가 탑재됐다. 아너를 이끄는 조지 자오 대표는 매직3 출시 행사에서 "애플과 경쟁하거나 넘어서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너는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닛케이는 그러나 화웨이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아너가 승승장구하는 데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 14명이 화웨이로 가는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상무부에 아너에도 수출 통제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것이다. 아너가 화웨이 수준으로 수출 제한을 받게 되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아너는 주요 스마트폰 판매사들에 조만간 상장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보냈다고 일부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회사를 투명하게 공개해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