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대표 웹소설·웹툰 IP인 '나 혼자만 레벨업'이 '솔로 레벨링'이라는 해적판으로 올라와 있다. /왓패드 캡처

네이버가 올해 1월 6600억원(6억달러)을 들여 인수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의 웹소설·웹툰 불법 번역판이 무더기로 유통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글로벌로 콘텐츠 플랫폼을 확장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네이버가 정작 콘텐츠를 제공하는 작가들의 저작권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06년 캐나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왓패드는 현재 전 세계 94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용자의 80%가 여성이며, 80%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한 말)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자체제작) 영화로 인기를 끈 ‘키싱부스’의 원작 웹소설도 왓패드 작품 중 하나였다. 현재 주 수익원은 유료 콘텐츠가 아닌 광고와 브랜드 파트너십으로 알려졌다.

2일 왓패드를 보면 국내 웹툰, 웹소설 불법 번역판 수백개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약 2시간 만에 ‘붉은 꽃의 정원’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 ‘구경하는 들러리양’ ‘구해주세요 공주님’ 등 120개가량의 작품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에는 카카오의 대표 웹소설·웹툰 지식재산권(IP)이자 현재 카카오 웹툰 1위에도 올라 있는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도 웹소설 ‘솔로 레벨링(Solo Leveling)’으로 번역돼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카카오 웹툰에서 보려면, 1회당 200원(대여 시)이나 500원(소장 시)을 내야 하지만, 왓패드에서는 아무런 대가 없이 즐길 수 있다. 4800명이 이를 봤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경쟁사인 카카오의 웹소설뿐만 아니라 네이버가 유통 중인 웹소설·웹툰인 ‘전지적 독자 시점’ ‘명량 자매백서’ ‘방과후 선녀’ ‘뱀파이어의 꽃’ 등이 번역돼 무료로 올라와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웹툰 ‘남편의 미모를 숨김’의 원작자 ‘정연’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구글에서 ‘남편이 미모를 숨김’의 정식 번역 제목인 ‘My Secretly Hot Husband’의 검색 결과는 9740만개인 데 비해 해적판 제목인 ‘My Husband Hides His Beauty’의 검색 결과는 1억7400만개로 두 배 가까이 된다”라면서 “작가들은 아무 규제도 받지 않고 퍼져나가는 해적판 피해에 절필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피해가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네이버의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도 올라와 있다. /왓패드 캡처

현재 왓패드 해적판 피해는 텍스트 기반의 웹소설 작가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웹소설 작가들이 모인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측은 130여명의 회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공지하고 피해규모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협회 측은 또 집단소송에 나설지 협회 내 저작권위원회를 통해 대응 방법을 논의 중이다.

서성종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사무국장은 “보통 이런 저작권 피해의 경우 플랫폼 회사 측은 특정인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도의적 책임은 있으나 법적 책임은 질 수 없다는 입장인 경우가 많다”라면서 “해적판을 올린 특정 아이디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지만, 이마저도 개인정보 등을 들어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라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왓패드가 아무나 쉽게 콘텐츠를 올리고 볼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태생적 이유로 특히 텍스트 기반의 웹소설의 불법 번역판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도 피해자다”라면서 “회사 측은 창작자 보호를 위해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삭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이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