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 TSMC.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주로 만드는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기로 하고, 투자를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응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를 흡수해 나가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에는 막대한 투자 계획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인상하기도 했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1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28㎚ 공정 생산라인을 증설할 곳으로 대만 중부과학산업단지, 일본 구마모토현, 독일 드레스덴을 놓고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중국 경제일보는 최근 "TSMC가 자동차용 반도체, 이미지센서(CIS), 네트워크 칩 등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8㎚ 반도체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라며 "향후 2~3년 내에 월 생산량 10만~15만장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TSMC는 지난 4월 이사회를 통해 중국 난징 생산공장에 28㎚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3조3000억원 투자계획을 승인했다. 이 증설로 월 4만장의 웨이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TSMC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에 28㎚ 생산라인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생산 중인 TSMC 공장 내부. /TSMC 제공

일본과 독일이 TSMC 생산라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TSMC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일보는 "TSMC는 28㎚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공장에 장비를 추가하는 방법과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독일과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라고 했다.

업계는 TSMC가 28㎚ 생산라인을 일본에 건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에서 "일본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TSMC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도 함께 급증할 것으로 판단, 자동차용 반도체에 활용되는 28㎚ 생산량을 선제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TSMC는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80억달러(약 41조7300억원)에서 연평균 7% 성장, 오는 2026년 676억달러(약 77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본사.

TSMC는 최근 반도체 가격을 10~20% 인상했다. 지난해 말 10% 넘게 인상한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큰 폭의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번 인상 폭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완제품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반도체 가격을 올린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미리 막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TSMC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앞으로 3년간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이는 연간 37조6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연매출(지난해 기준 ·52조9000억원)의 70%를 시설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TSMC 안팎에서 대규모 해외 투자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하락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라며 "반도체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상한 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걸로 보인다"라고 했다. TSMC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은 36%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30.5%)와 SK하이닉스(26.1%)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