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마이의 실시간 영상 전송 기술. /아카마이코리아 페이스북

최근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이런 콘텐츠를 배달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Contents Delivery Network) 기업 미국 '아카마이'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두고 법적 갈등을 벌인 가운데 오는 11월 상륙하는 또 다른 'OTT 공룡' 디즈니플러스가 CDN을 통해 망 사용료를 간접 지급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관심을 더했다.

CDN은 용량이 큰 이미지·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동영상을 보려는 상황에서 기존 웹 서버와 이용자 간 거리가 멀거나 동시에 여러 명이 접속할 경우 전송 시간이 지체될 수 있는 만큼 용량이 큰 이미지·영상 데이터는 중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 임시 서버(캐시)를 설치해두고 여기에서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라면, CDN은 데이터가 통신사까지 가는 미들(중간) 마일의 역할을 맡는다.

미국 MIT 출신 개발자들이 1998년 창업한 아카마이는 현재 전 세계 135개국, 4233곳에 서버를 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CDN 기업 가운데 아카마이는 점유율 42%(2019년 기준)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카마이는 다른 CDN 업체와 달리 데이터센터가 없다. 처음부터 통신사의 데이터센터에 캐싱 서버를 두는 모델로 기획됐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인터넷 회선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아카마이는 데이터센터 없이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경준 아카마이코리아 대표. /화상인터뷰 캡처

지난 26일 조선비즈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이경준(사진) 아카마이코리아 대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면서 라이브커머스(실시간 전자상거래)처럼 사람이 몇 명이나 들어올지, 얼마나 팔릴지 트래픽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벤트가 많아지고 있다"라면서 "CDN을 이용하게 되면 기업은 굳이 비용을 들여 인프라를 많이 구축하지 않고도 서버 마비 등을 막을 수 있다"라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에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몰리며 먹통이 발생했던 것도 CDN 기술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준 사건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직원들이 집에서도 기업 인프라에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는 보안 솔루션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택근무를 하려면 회사는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애플리케이션(앱)도 만들어줘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편리하면서도 보안 문제없이 회사 네트워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아카마이가 클라우드 기반의 '제로 트러스트'라는 솔루션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다"라고 했다. 이어 "이름 그대로 '아무도 못 믿는다'라는 취지에서 도입된 이 기술은 회사 내부에 가상 서버를 두고, 직원의 직급이나 담당 업무에 따라 접속할 수 있는 데이터와 앱 권한을 세세하게 설정해 준 뒤 가상 서버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기업들이 흔히 쓰는 VPN(가상사설망) 기술과는 다른 것이다. 이 대표는 "VPN은 가상 서버가 아닌 회사 방화벽의 문을 열어주는 개념인 만큼, 직원들은 일단 VPN을 통해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 모든 앱에 다 접근할 수 있게 된다"라면서 "어떤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VPN을 타고 해킹하게 되면 회사 전체 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카마이의 제로 트러스트 솔루션은 일본 닌텐도의 자회사인 포켓몬 컴퍼니, 주요 컨설팅기업 등이 쓰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전자통신기술연구원(KETI), 인테리어 스타트업 '오늘의집' 등이 사용 중이다.

이 대표는 "최근 초당 1테라비트(Tbps)급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등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 들어온다면 국가 인터넷 망이 완전히 무너지는 수준으로 위험한 것"이라면서 "콘텐츠 전송 사업을 하면서 공격이 발생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이를 원천 차단해 사용자 피해를 막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보안 솔루션을 갖게 된 것이 아카마이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