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뽑혔던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소울2(블소2)’가 출시 직후 엄청난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 대표작 ‘리니지 시리즈’와 유사한 비즈니스모델(BM·과금체계)을 채택한 탓에 “껍데기만 바꾼 리니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엔씨소프트는 블소2 사전 간담회 등에서 BM이 리니지와 다를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이런 엔씨소프트에 ‘소비자 기만’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블소2의 콘텐츠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영기’라고 불리는 캐릭터 강화 능력이다. 해당 능력을 발동하면 일정 시간 동안 경험치와 금화 획득률을 높여줘 캐릭터 육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제한도 사용 시간 동안에는 없다. ‘영기’는 게임 내 추가 구매로 활성화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효력이 떨어져 계속해서 능력치를 높이려면 돈을 써야 하는 구조다.
이는 리니지M의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상당히 유사한 시스템이라는 게 이용자들의 불만이다. 아인하사드의 축복 역시 게임 내에서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를 유지하려면 하루에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무료 축복을 받거나, 월 정액제 또는 직접 구입으로 얻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능력치 유지를 위해 과금을 과하게 유도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또 리니지 시스템과 비슷한 수집 시스템, 소울이라고 불리는 변신 능력, 리니지 펫(애완동물)과 동일한 게임 요소가 블소2에서 발견됐다. 게다가 이들을 얻으려면 ‘뽑기’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름만 ‘소환’으로 바꿨을 뿐, 일정한 확률에 의해 출현 빈도가 달라지는 ‘확률형 아이템’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애초 인터뷰 등을 통해 리니지와 블소2의 과금 방식이 같지 않다는 말이 사실과 달랐던 것이다.
블소2는 출시 전부터 엔씨소프트의 기대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나치게 리니지 시리즈에 쏠려 있는 수익 구조의 균형을 맞춰줄 게임으로도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리니지 시리즈가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매출이 하락하면서 ‘블소2’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리니지의 배경이 되는 중세유럽이 아닌 동양적인 스타일이 신선함을 줘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책임질 것으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여겼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분기 매출 5285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으로 ‘어닝쇼크(시장 전망치보다 실제 실적이 낮은 것)’를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이 46.04%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40% 감소한 943억원에 그쳤다.
특히 국내 매출은 3559억원으로 16.72% 감소했는데, 국내 매출 대부분이 리니지 시리즈에서 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니지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시리즈’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이용자가 대거 빠져나간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다”라고 했다. 다만 당시 엔씨 측은 “신작 마케팅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라고 했다.
블소2는 사전예약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신규 게임 인기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에 대한 기대를 키웠으나, 27일 오후 2시 현재 순위가 뒤로 밀렸고, 별점도 5점 만점에 3.1점을 기록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인기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별점은 3.3점으로 낮은 편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넷마블 마블 퓨처 레볼루션의 평점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4.2점, 애플 앱스토어 4.7점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출 순위(27일 오전 7시 기준)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했고, 애플 앱스토어는 6위에 머물렀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블소2는 국내 론칭 후 매출 순위 1위에 등극할 것으로 기대됐고, 시장 추정 일평균 매출액은 30억원이었다”라며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낸 것은 뽑기 시스템에 기반한 과도한 과금 체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과 피로감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성 연구원은 블소2의 하루 매출을 10억원 내외로 추정했다.
블소2의 게임성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이 많자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엔씨소프트는 전날보다 7.62% 내린 65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가가 70만원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5월 12일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엔씨소프트는 전날에도 주가가 15.29% 급락하며 7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지난 25일 18조원대였으나, 이날 기준 1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이틀 만에 3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진 것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게임인 리니지M·리니지2M보다 과금 체계가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 게임상 BM을 살펴보면 기존 게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블소2의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충전을 해야 하는 ‘영기 활성’ 시스템, ‘소울 소환’, ‘수호령 소환’과 같은 아이템 뽑기 형태가 기존의 리니지 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