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게임을 PC와 모바일 기기, 콘솔 게임기 등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멀티플랫폼 게임이 대세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미국 E3, 일본 도쿄 게임쇼와 함께 세계 3대 게임 전시회로 불리는 독일 '게임스컴 2021'에도 이같은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컴투스가 이번 게임스컴에서 공개한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은 모바일과 PC에서 즐길 수 있다. 신작은 서머너즈워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전작인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와 '서머너즈워: 백년전쟁'은 모바일로만 출시됐다. 크로니클은 서머너즈워 IP를 활용한 최초의 멀티플랫폼 게임인 셈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PC게임 만의 규모와 퀄리티를 모바일에서도 지원하기 위해 두 플랫폼 모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크로니클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이용자 접근성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이미 모바일(검은사막 모바일)과 콘솔, PC 등에서 게임 '검은사막'을 서비스하고 있는 펄어비스는 메타버스 기반 신작 '도깨비' 역시 멀티플랫폼으로 낼 예정이다. 도깨비는 크리처 수집 오픈월드 액션 월드 어드벤처(CCOWAA) 장르 게임으로, 이용자들은 도깨비(크리처)를 수집해, 보스 몬스터와 싸울 수 있다. 도깨비는 PC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PS5),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시리즈X(XSX) 등 콘솔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검은사막의 멀티플랫폼 지원과 더불어 도깨비 역시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돼 이 지역 이용자를 공략할 예정이다.
게임스컴 2021에 나온 해외 유명 게임사들의 신작도 멀티플랫폼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반다이남코가 유통하는 오픈월드 역할수행게임(RPG) '엘든링'이 대표적이다. 엘든링은 게임스컴 2021에서 공개된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북유럽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판타지 게임이다. 상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HBO 대작 드라마 '왕좌의 게임' 작가 조지 R.R. 마틴이 세계관을 만들었고, 유명 게임 '다크 소울 시리즈'의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PC, 플레이스테이션4·5, 엑스박스 시리즈 X·S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 대표 액션 게임 헤일로의 새 시리즈 '헤일로 인피니트'는 PC와 엑스박스 원, XSX·XSS(엑스박스 시리즈 S)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유비소프트가 발표한 신작 1인칭 슈팅 게임(FPS) '파크라이6', 액션 게임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도 PC와 콘솔은 물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지원한다. 구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에서 이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들이 멀티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여러 플랫폼에 게임을 지원하면 이용자의 게임 시간이 궁극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각의 플랫폼이 가진 단점을 서로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모바일 게임은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면 크기가 작고 하드웨어 성능이 제한적이어서 PC와 콘솔 등에 비해 게임 적합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PC나 콘솔로는 성능적인 부분에서 모바일 게임을 압도하나, 휴대성이 떨어져 확장력이 약하다.
멀티플랫폼을 크로스플레이로 묶는 시도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크로스플레이는 각 플랫폼이 게임 시스템과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것으로, 모바일에서 하던 게임을 콘솔이나 PC에서도 이어서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작은 모바일 화면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대화면 게임의 역동성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용자나, 콘솔로 하던 게임을 외출해서도 이어서 하고 싶은 이용자를 위해 생겨난 개념이다.
멀티플랫폼은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좋은 도구로도 여겨진다. 모바일 비중이 높은 중국과 인도, 한국 등 아시아 시장과 달리 북미와 유럽, 일본 등은 여전히 콘솔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콘솔 게임을 선호하는 북미·유럽 시장의 이용자를 공략하기 위해 모바일용으로 개발된 게임을 콘솔 플랫폼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PC와 스마트폰을 오가며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플레이 서비스 '퍼플'을 운영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모바일과 PC, 콘솔 게임의 경계가 뚜렷했지만, 현재는 이런 경계가 무너진 상태다"라며 "모바일 게임을 스마트폰과 PC에서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