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WD)이 일본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다. 낸드 플래시 세계 3위 기업이 2위 업체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M&A)이 현실화할 경우 1위 삼성전자의 자리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각) WSJ 보도에 따르면 WD는 키옥시아와의 M&A를 논의하고 있다. WSJ는 "오는 9월 중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라며 "WD의 키옥시아 인수 금액은 200억달러(약 23조4000억원)를 웃돌 것"이라고 했다.
WD와 키옥시아의 M&A가 실현되면 낸드 업계 구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WD와 키옥시아의 낸드 점유율(매출 기준)은 각각 14.7%, 18.3%로,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삼성전자(34%)와 1%포인트 차이로 좁혀지게 된다. 업계는 "이 정도면 점유율 차이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낸드 시장은 1강 삼성전자에 나머지 9개 기업이 10% 내외의 점유율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WD와 키옥시아, SK하이닉스, 인테, 마이크론은 5중으로 꼽힌다. 관계국 기업결합 심사 중인 SK하이닉스와 인텔의 M&A가 마무리 되고, WD와 키옥시아가 합쳐지면 3강(삼성전자, 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 SK하이닉스+인텔) 구도로 시장이 재편되고, 낸드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회사의 M&A는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관계국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자국내 유일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키옥시아가 미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치열해지는 국가 간 반도체 패권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낸드와 같은 반도체 기술의 소유권 이전은 국가 보안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 견제를 위해 반독점 규제를 들며 기업 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퀄컴의 NXP 반도체 인수를 반대, 무산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