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샤오미에 떠밀려 스마트폰 글로벌 2위로 내려앉은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해 스마트폰에 최근 중국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채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가 경쟁 심화로 낮아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나,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사례처럼 중국세(勢)가 한국 기업을 밀어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25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상급 스마트폰 갤럭시A 일부 모델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생산한 OLED 패널 채용을 검토 중이다. 갤럭시A는 최상위 갤럭시S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닌 스마트폰으로,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판매량을 책임지는 주요 모델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52와 A72의 글로벌 발표 행사를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열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최고급) 갤럭시S 외 스마트폰을 이런 방식으로 발표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중저가 시장 공략이 삼성전자에 중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 BOE의 OLED 패널이 삼성전자의 인도 시장용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M에 장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중국 CSOT의 OLED 패널이 갤럭시M의 레거시 제품에 일부 채용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레거시 제품은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난 구형 제품으로,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일종의 테스트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비교적 품질 이슈에서 자유로운 구형 제품에 부품을 공급해 보면서 새 부품 협력사의 역량을 가늠 짓는 것이다. 여기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으면 새 공급사는 차기 제품 개발에 합류, 고객사 요구에 맞는 부품을 함께 개발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BOE와 CSOT는 모두 아직 삼성전자 공급망에서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각각 갤럭시M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삼성전자 요구 수준에 맞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삼성전자가 중국산 디스플레이 장착을 늘리려고 하는 이유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 때문이다. 플래그십 시장의 경우 애플과 삼성전자의 경쟁구도를 깨뜨리기가 아직은 쉽지 않지만, 중저가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이 시장은 판매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뛰어난 성능을 요구하면서도 낮은 가격을 바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월등한 중국 스마트폰이 약진할 수 있는 비결이다. 지난 6월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것도 이런 시장 성향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시장 수성 입장에 있는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현재 원가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입장이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 단일 공급 구도를 깨고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중국 OLED를 채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만 우려할 부분은 삼성전자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높여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TV용 LCD 패널 시장도 삼성전자가 중국산 LCD를 채택하면서부터 중국세가 강해졌고, 수익성이 악화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TV 패널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중국 업체들의 가격 정상화 정책으로 LCD 패널 가격이 올랐고, 이에 다시 부담을 느낀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 계속해서 TV 패널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미 패널 가격은 너무 높아진 상태다. 실제 삼성전자는 상반기 4조5000억원을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에 썼는데, 이는 전년 동기 2조2756억원보다 두 배 증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모바일용 OLED 시장 진출로 패널 단가 하락이 유도되고 있다”라며 “중저가 스마트폰의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OLED를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칫 LCD 시장에서의 어려움이 OLED 시장에서 재현될 우려가 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