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컴투스,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이 보유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스포츠 대회로 기존 이용자들의 충성심을 올리고, 신규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e스포츠가 활성화한 게임은 결과적으로 게임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많은 e스포츠 대회를 운영 중인 게임사는 넥슨이다. 대부분 장수 게임들로 e스포츠 대회를 운영 중이다. '카트라이더 리그'는 가장 오래된 e스포츠 대회 중 하나다. 2004년 출시된 온라인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에 기반하고 있다. 16년간 매년 두 차례 정규 리그가 열린다. 넥슨은 모바일 게임인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의 e스포츠 대회도 최근 개최하고 있다.

2005년 서비스에 들어간 1인칭 슈팅게임(FPS) '서든어택'과 액션 역할수행게임(PRG) '던전앤파이터', 2018년 출시된 PC 축구 게임 '피파온라인4′도 넥슨이 직접 다양한 콘셉트의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있다.

컴투스는 인기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서머너즈워)' e스포츠 대회를 5년째 진행 중이다. 서머너즈워 이용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대회다. 지난 2014년 출시된 서머너즈워는 기본적으로 역할수행게임(RPG)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수집형 게임이다. 이용자들이 수집한 몬스터를 가지고 다른 이용자와 대결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는데, 블리자드의 '하스스톤'이나 닌텐도의 '포켓몬스터'와 유사한 게임성을 갖고 있다. 바둑이나 장기처럼 순서에 따라 공방을 펼치는 과정에서 몬스터 능력에 따른 상성 관계 등이 부각되기 때문에 전략적 요소가 강조된다. 이 때문에 서머너즈워는 국내 게임 중에서는 가장 글로벌 e스포츠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해외 인기도 상당하다. 이에 힘입어 컴투스는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 4월에 출시한 '서머너즈워: 백년전쟁(백년전쟁)'의 e스포츠 대회도 적극적으로 육성 중이다. 지난 8일에는 글로벌 이벤트 대회인 '백년전쟁 월드 쇼다운'을 열었다. 백년전쟁 월드 쇼다운에는 총 2만달러(약 2300만원)의 상금이 걸려있다.

크래프톤은 PC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연간 약 80회에 이르는 e스포츠 대회를 치를 정도로 e스포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 역시 활발하게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모두 e스포츠 대회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래프톤은 PC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대회를 1년에 네 차례 개최하고 있다. 글로벌 대회에 나가려면 지역 예선을 거쳐야 하는데, 연간 80회가 넘는 대회가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연간 두 번의 글로벌 대회가 열리고, 한국에서는 프로 대회도 두 시즌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 '2021 e스포츠 대학리그', '제13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2021 군 장병 e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아마추어 대회를 진행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지난 3월에 종료한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e스포츠 대회 'PGI.S'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일평균 시청자 1000만명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가장 중요한 시장의 하나로 여기는 인도에서도 지역 전용 대회를 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시리즈 2021′가 주인공이다. 현재 예선을 치르고 있는데, 참가신청을 한 이용자만 54만명에 달했다.

게임사들이 e스포츠 대회를 적극적으로 여는 이유는 수익보다는 게임의 영속성을 위해서다. 지속적으로 e스포츠 대회가 열리면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게임 생태계 저변이 넓어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아마추어 이용자들이 대회에 참여함으로써 이들이 게임에 가지는 충성심과 로열티도 함께 상승한다.

넥슨 관계자는 "e스포츠 대회의 경우, 수익성보다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리그를 시청하고, 다시 게임을 하게 만든다는 면에서 서비스 영속성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했다. 컴투스 관계자 역시 "e스포츠 대회를 통해 이용자들의 게임 몰입도가 높아지는 부분이 있다"며 "같은 문화를 즐긴다는 동질감을 형성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e스포츠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398억원으로, 전년인 2018년과 비교해 22.8% 성장했다. 해외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지난 2019년 기준 9억5060만달러(약 1조1106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2018년과 비교해 9.9% 증가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됐다"라며 "e스포츠화로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하스스톤', 라이엇 '리그오브레전드' 등으로 증명됐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도 그런 방향으로 게임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했다.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또 최근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는 교양 강의로 '비대면 e스포츠' 강의를 개설하면서 '인체를 움직여 참여하는 스포츠만이 스포츠가 아니라 e스포츠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스포츠 영역에 대한 인식 변화를 도모한다'는 강의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e스포츠는 특성상 게임 콘텐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특정 게임 종목이 영구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e스포츠 자체가 큰 인기를 끌어도, 게임사들은 해당 게임 종목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과거에는 게임 이용자층이 두꺼워지면서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e스포츠 대회를 개최했지만 요즘 게임사들은 게임 개발 단계나 마케팅 단계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