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보해 한국을 뒤쫓고 있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17일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까지 3조3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 13일 이사회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빠르게 늘어나는 OLED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이후 약 4년 만에 투자에 나선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 결정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E6 라인의 3단계 투자다. 패널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OLED 증착기와 파인메탈마스크(FMM) 인장기 등에 대한 투자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신규 생산라인에서 북미 주요 고객사용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중소형 OLED 패널이 주로 생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E6-3 라인은 최대 월 2만장의 OLED 유리 원판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E6-1, E6-2와 동일하다. LG디스플레이는 E6-3 라인 증설로 파주에서만 6만장의 중소형 OLED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간 1억800만대(6.45인치 OLED 패널 기준)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업계는 E6-3 라인이 가동할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애플 아이폰 OLED 패널 생산량이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하는 만큼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공급 비중을 LG디스플레이로 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일보는 최근 "애플이 삼성 OLED 장기 공급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중국과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생산라인 8세대(2200㎜×2500㎜)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연내 투자 계획을 내놓을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은 6세대(1500㎜×1850㎜)로 운영되고 있는데, OLED 생태계가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노트북으로 확대되는 만큼 8세대 전환은 필수다. 생산라인이 8세대로 전환할 경우 OLED 패널 생산량은 유리 원판 기준 2배가 늘어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8세대 전환을 위한 투자심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약 4조원 규모의 8세대 OLED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노트북에 OLED 패널이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8세대 전환의 필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라며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8세대 전환은 빠를수록 좋다"라고 했다.
8세대 OLED 패널 양산은 2024년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이 8세대 장비 개발을 내년까지 마무리하면 2023년 시험을 거쳐 2024년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파인메탈마스크(FMM) 인장기 업체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과 케이피에스 등이 8세대에 적용되는 장비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충칭(重慶)에 건설 중인 6세대 OLED 공장의 1단계 생산라인 증설은 이번 달 마무리된다. 티엔마가 480억위안(약 8조3700억원)을 들여 만든 OLED 생산라인은 단일 공장 기준 중국 최대 규모로, 연간 생산능력은 LG디스플레이를 넘어서는 1억1500만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