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진 샤오미 회장이 지난 10일 태블릿 신제품 미패드5를 공개했다. /유튜브 캡처

플래그십(고급형)과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 샤오미가 3년 만에 태블릿PC 시장에 돌아왔다.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애플을 제치고 삼성의 턱밑까지 따라붙은 원동력이 된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그대로 꺼내든 만큼, 애플과 삼성이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10일 태블릿 신제품 ‘미패드5’와 ‘미패드5프로’를 공개했다. 2018년 6월 미패드4를 출시한 지 3년 만이다.

샤오미가 지난 10일 저녁 공개한 태블릿 신제품 '미패드5'. /기즈모차이나 캡처

◇ 36만원짜리 미패드5, 70만원대 삼성 갤탭S7 FE보다 고성능

미패드5와 미패드5프로는 각각 퀄컴 스냅드래곤860과 스냅드래곤870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두뇌 역할을 하는 칩)로 탑재했다. 공통적으로 11인치 화면 크기·QHD급(2560x1600픽셀) 해상도·120㎐ 주사율의 디스플레이를 가졌다. 배터리 용량은 8600mAh 이상이고, 시리즈 최초로 스타일러스펜 기능을 추가했다. 출고가는 미패드5 기준 1999위안(약 36만원)부터다.

미패드5는 최근 삼성전자가 지난달 23일 국내에 출시한 70만~80만원대 태블릿 ‘갤럭시탭S7 FE(팬에디션)’과 직접 비교되며 높은 가성비를 인정받고 있다. 갤럭시탭S7 FE 기본 모델은 미패드5보다 더 낮은 성능의 AP 퀄컴 스냅드래곤750G을 탑재했다. 램(RAM)은 4GB(기가바이트), 저장 용량은 64GB, 화면 주사율은 60㎐로 역시 미패드5(램 6GB·용량 128GB·주사율 120㎐)에 밀린다. 미패드5는 12.4인치의 화면 크기와 5세대 이동통신(5G) 지원을 제외하면 갤럭시탭S7 FE보다 높은 핵심 사양을 가지면서도 출고가는 절반 수준으로 출시된 것이다.

반면 갤럭시탭S7 FE는 애플의 중저가 제품 ‘아이패드 에어 4세대’와 비교해도 비슷한 출고가(77만9000원)에 AP(A14 바이오닉) 등 성능은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 달 1일 AP 성능을 높인 60만~70만원대 와이파이 버전을 출시하지만 여전히 가성비가 경쟁사에 밀린다는 지적과, ‘기존 모델 구매자의 뒤통수를 쳤다’라는 새로운 항의까지 삼성멤버스 등 갤럭시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다.

갤럭시 이용자 커뮤니티 삼성멤버스의 인기 게시글 목록. 갤럭시S7 FE에 실망했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 태블릿 대중화에 중요해진 가성비…中 내수 공략부터 본격화

태블릿의 가성비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고 태블릿 이용자층도 확대되면서 중저가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태블릿 시장은 저렴한 컴퓨팅 성능에 대한 요구가 지속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태블릿 시장은 지난해 동기 대비 53% 성장했다.

시장은 아직 각각 37%, 20% 점유율을 가진 애플과 삼성이 장악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꿰차고 약진하고 있다. 중국 시장 규모는 전 세계의 14%를 차지하는 만큼(한국무역협회, 지난해 기준), 샤오미가 스마트폰처럼 자국 내수 시장을 장악해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현재 레노버가 화웨이의 빈자리 대부분 가져가며 글로벌 점유율 3위(9%)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복귀한 샤오미도 레노버와 먼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IT전문매체 기즈차이나는 올해 초 “샤오미가 태블릿 시장에 복귀한다”라며 “샤오미처럼 2018년 이후 신제품을 내지 않은 기업들이 복귀함으로써 올해 중국 태블릿 시장 경쟁이 과열될 것이다”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