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내년 출시될 애플 노트북 맥북에어에 미니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공급한다. 애플이 저가형이 아닌 프리미엄 제품에 BOE 패널을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BOE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에도 공급한다. 미니LED와 OLED 등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애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궈밍지 홍콩 톈펑국제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내놓을 신형 맥북에어의 미니LED 패널을 LG디스플레이와 BOE로부터 납품받는다.

앞서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12의 교체용 디스플레이로 BOE의 중소형 OLED 패널을 채택했다. BOE는 아이폰12 신품 디스플레이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했지만,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애플 아이폰 12 맥스

하지만 이후 애플은 신형 아이패드 프로 12.9에 대만 디스플레이 제조사 AUO의 미니LED를 채용했다. 애플이 올해 3분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맥북프로에는 LG디스플레이와 일본 샤프, 대만 폭스콘 자회사 GIS의 미니LED를 넣는다. BOE는 오는 4분기 출시가 유력한 차세대 아이폰 디스플레이 공급권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공급해 온 교체품이 아닌 신품 디스플레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상 신제품에는 한국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던 애플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 공급으로 자신감을 확보한 BOE는 내년 TV용 미니LED 패널 시장에도 도전한다. 이미 중국 하이센스와 스카이워스와 TV용 미니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다. 궈밍지 연구원은 "이번 (애플) 공급을 계기로 내년 BOE의 애플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해 온 한국 기업에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따라붙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기업을 추격하던 중국 업체들은 기술 수준까지 한국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최근 받는다. 특히 LCD에서 OLED로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의 과도기적 시기에 미니LED의 약진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는 세계 1위의 점유율이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매출은 4460억위안(약 78조원), 전 세계 디스플레이 매출의 40.3%를 차지해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미니LED의 경우 기존 LCD 패널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유닛(BLU)을 기존 LED보다 10배 이상 작은 소자를 집어넣어 기본적으로 LCD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향후 LCD 패널 시장에서의 중국세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미니LED TV 네오 QLED. /삼성전자 제공

미니LED 시장은 TV쪽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중국 TCL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의 경우 출하량이 지난해 450만대에서 2025년 1240만대로 연평균 22% 성장할 예상이나, 높은 가격과 생산능력의 제한적인 영향으로 전체 TV 시장 비중이 2025년 4.4%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를 미니LED TV가 파고들었다.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680만대에서 2025년 5200만대로 연평균 50%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전체 TV 패널에서의 비중도 올해 2%에 불과하던 것이 2025년 19%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32.9%의 TV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1위), 19.2%인 LG전자(2위), 7.3%의 TCL(4위) 모두 미니LED TV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미니LED TV인 '네오 QNED'에 대만 LED 회사 에피스타와 렉스타가 합병해 세운 엔노스타 등 중화권 공급사의 미니LED를 채택한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조립한 미니LED 패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등 정보기술(IT)용 패널 시장에서도 미니LED가 차츰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기준 태블릿 시장점유율 37%로 1위인 애플이 본격적으로 태블릿과 노트북에 미니LED를 채용한 데 따른 것이다.

OLED 패널을 채용한 레노버 '요가 슬림 7 프로 올레드'.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한다. /레노버 제공

다만 IT용 OLED 진영 역시 확대 추세에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주요 PC 제조사는 아니지만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으로 이어지는 갤럭시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PC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고, 태블릿에 이어 노트북용 OLED 패널 탑재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레노버, 델 등 주요 노트북 제조사에 OLED 패널을 공급했고, 올해는 10종 이상의 노트북용 OLED 패널을 출시한다. 유안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노트북의 OLED 패널 탑재율은 올해 1.9%에서 2024년 8%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OLED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공세가 거세진다는 점이다. 관련 특허 출원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이미 2017년 관련 특허 숫자는 한국 기업의 출원 숫자를 앞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LCD 시장을 보면 특허 숫자 늘어나고 몇 년 뒤 시장 점유율이 역전되는 현상이 발견됐다"라며 "한국이 3~4년 이내에 OLED 시장 선두를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은 TV와 스마트폰 포함 전체 OLED 시장에서 47%의 점유율로 한국 51%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