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발표한 자체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텐서(Tensor). /구글 제공

구글과 삼성전자가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 또 삼성전자가 개발한 웨어러블용 프로세서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반한 통합 플랫폼에 얹는다. 애플과 대만 TSMC의 오랜 밀월관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TSMC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차세대 아이폰과 맥 등에 들어갈 반도체를 만들 예정이다. 앞서 애플과 TSMC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에 장착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독점 생산 계약을 맺었고, 자율주행 프로젝트로 알려진 ‘애플카’의 인공지능(AI) 칩도 함께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TSMC와 밀월관계를 돈독히 하는 이유는 TSMC가 기본적으로 첨단 미세공정에서 제일 앞선 회사기 때문이다. TSMC는 현재 5㎚ 공정에 주력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이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여기서 나아가 TSMC는 내년 3㎚ 반도체를 본격 양산할 예정으로, 이는 애초 계획보다 1년 이른 것이다.

애플 노트북용 통합칩셋 M1

일반적으로 반도체에서 이야기하는 미세공정은 회로를 얼마나 세밀하게 그려 넣는지가 관건이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으면 좁을수록 더 많은 회로를 반도체에 넣을 수 있다. 회로 선폭을 아주 세밀하게 좁히는 것이 바로 미세공정이다. 미세공정은 반도체 성능을 높이고, 소비 전력을 줄인다. 또 회로를 세밀하게 그려 넣으면 반도체 크기가 작아져 웨이퍼(반도체 원판)당 생산량이 증가, 원가 경쟁력이 세진다. TSMC와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TSMC가 삼성전자보다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면에서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애플이 TSMC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구글은 삼성전자와의 스킨십을 높이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OS 등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구글이 최근 모바일 AP를 발표하면서 앞서 이 시장에 진출한 애플과 경쟁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자체 개발 모바일 AP에는 ‘텐서’라는 이름이 붙었다. 텐서는 구글이 데이터센터용으로 개발한 클라우드 AI 가속기 텐서프로세스유닛(TPU)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최근 모바일 AP는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칩으로 합친 통합칩(SoC) 형태가 유행인데, 이름의 유래처럼 텐서는 AI 앱을 가동하기 위한 별도의 프로세서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뎀칩 등을 갖추고 있다.

구글이 하반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픽셀6. /구글 제공

업계는 지난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 내 신설된 커스텀SoC팀이 구글 텐서 개발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팀은 반도체 설계 능력이 부족해 초기 자원을 외부 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업에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는데, 기존 주문형반도체(ASIC) 사업과 다르게 직접 반도체 설계에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구글 텐서의 코드명은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9855의 코드명 ‘화이트채플’과 동일하다. 엑시노스 9855는 출시되지 않고 프로젝트가 종료됐는데, 삼성 갤럭시 S21에 탑재된 엑시노스 2100(9840)과 차기 갤럭시에 들어가는 엑시노스 2200(9925) 사이에 있는 AP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과 성능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텐서를 삼성전자의 5㎚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해 오는 하반기 출시할 스마트폰 픽셀6에 장착한다. 구글은 텐서를 기반으로, 크롬북에 들어가는 노트북 프로세서, 데이터센터용 AI 칩, 자율주행차용 칩 등을 자체 설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구글 모바일 AP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볼 수 있지만, 파운드리에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설계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가 위탁 1순위이기 때문으로, 다른 구글 반도체의 개발과 생산도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활용하는 AP 엑시노스 W920.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기기)에 사용하는 AP 엑시노스 W920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통합 플랫폼에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웨어러블 기기 등에는 자사 OS인 타이젠 등을 활용해 왔으나, 앞으로는 웨어러블을 비롯한 모든 디바이스에 구글 OS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하드웨어에 강한 삼성과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보이는 구글의 시너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애플 워치 등으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AP 외에도 SoC 역량을 높여가기로 했다. 자동차용 AP인 엑시노스 오토와 모바일 AP 엑시노스 2XXX 시리즈 등의 신제품도 계속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내놓는 최신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의 경우 AMD 모바일 GPU를 채용, 성능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모바일 SoC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을 통해 전장과 같은 신규 응용처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또한 커스텀SoC를 통해서 SoC의 매출과 수익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