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쿠팡, 이베이 같은 채널을 통한 (스마트폰) 셀프 개통으로 온라인 판매(가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알뜰폰(MVNO) 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 중이고,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가 증가하는 등 질적으로도 성장 중이다. 향후에도 매출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6일 LG유플러스(032640)는 2분기(4~6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알뜰폰 사업을 육성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회사가 공개한 실적 자료를 보면, 2분기 말 기준 전체 무선서비스 가입자 수 1720만명 가운데 알뜰폰 가입자 수는 236만명으로 전체 약 14%의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2분기 알뜰폰 가입자 수가 131만명(비중 8%)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늘어났다.

이동통신 3사의 과점으로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알뜰폰이 통신 3사의 또 다른 주요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알뜰폰은 설비가 없는 영세·중소 사업자도 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고, 최근 스마트폰을 직접 구입해(자급제) 원하는 통신사의 유심칩을 넣어 ‘셀프 개통’하는 것이 실속파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대목을 만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디어로그가 1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 시 추가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6만원 상당의 혜택. /홈페이지 캡처

이동통신 망을 재판매하는 주요 3사는 계열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도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통신 3사의 자회사 가입자는 277만명으로 전체 휴대전화 서비스를 위한 알뜰폰 가입자(606만명)의 45.7%에 달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통신 3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37%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점유율을 10%포인트가량 끌어올린 셈이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를 통해 각각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조차 주도하는 것은 막대한 재원에 힘입어 물량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 알뜰폰 사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에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도매대가가 똑같은데도 통신 3사 계열은 더 저렴하게 요금제를 내놓거나 제공 데이터를 더 얹어주고, 최대 1인당 10만원 상당의 사은품도 지급하고 있어 경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통신 3사가 각사 망을 이용 중인 알뜰폰 업체들에 제공하는 혜택을 중소 사업자뿐 아니라 해당 통신사의 계열사도 똑같이 받는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예로 지난 6월 LG유플러스는 자사 망을 쓰는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상생하겠다며 최대 월 15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도매대가도 업계 최저 수준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U+알뜰폰 파트너스 2.0’을 공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 망을 이용 중인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가입자 규모 기준 약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LG유플러스 계열 알뜰폰 회사이고, 이들도 똑같이 혜택을 받는 것”이라며 “‘셀프 지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했다. 통신 3사의 알뜰폰 회사들은 중소 사업자의 원가(비용)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전파사용료 감면(면제) 혜택도 똑같이 누리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 자회사 점유율 확대로 알뜰폰 시장의 공정경쟁 저해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이들 업체의 점유율 제한 등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신 도매대가 인하, 알뜰폰 전용카드 등으로 알뜰폰 시장 자체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책 목표와 효과를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뜰폰 시장이 또 다른 통신 3사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데도 그 자체를 육성해 통신 3사가 장악 중인 기존 통신 시장의 통신비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알뜰폰 시장은 ‘통신시장의 대항마’가 아닌 통신 3사의 또 다른 먹거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