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자로 다음웹툰에서 확대 개편된 카카오웹툰이 서비스 출시 3일 만에 양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웹툰 순위 1위에 오르며 인기몰이 하고 있다. 하지만 앱을 써본 사용자들로부터 “다음웹툰보다 못하다. 원래대로 돌려내라”는 혹평에도 시달리고 있다.
5일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3만6000여명의 사용자가 카카오웹툰 앱에 5.0 만점 중 평균 2.0의 평점을 줬다. 경쟁 앱인 네이버웹툰이 3.9, 카카오의 또다른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가 3.4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평가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보기에 불편하다” “디자인이 복잡하고 정신없다”는 등 사용자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경험(UX) 관련 불만을 쏟아냈다.
이는 카카오가 지난 2년간 이번 개편을 준비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UX 설계 틀을 파격적으로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레벨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정된 직사각형 탈피, 애니메이션 효과를 부여해 캐릭터가 살아숨쉬는 듯한 작품 썸네일(미리보기 그림), 작품별 개성을 살리는 그림체와 제목 폰트, 별도의 메뉴 이동 없이도 더 많은 작품을 찾아볼 수 있는 인피니트(무한) 스크롤 조작 방식 등이 그 결과물이다.
조선비즈는 최종훈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박진현 계원예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서울 4년제 대학 시각디자인과 A교수 등 국내 UI·UX 전문가 3인에게 카카오웹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봤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카카오웹툰 앱을 직접 써본 뒤 사용성에 대해 의견을 줬다.
◇ 잘 만들었지만… 다음웹툰 익숙한 대다수 사용자에게 반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카카오웹툰의 디자인이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카카오웹툰의 주 타깃층인 기존 다음웹툰·네이버웹툰 사용자의 익숙한 사용 방식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최 교수는 “웹툰 콘텐츠를 이용하게끔 돕는 UI가 많이 달라진 게 (카카오의) 생각 외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도 “‘멀쩡히 잘 쓰던 앱을 쓸데없이 왜 바꾸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라며 “사용자가 개편된 앱에서 홈 화면 등에서 기존 사용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점진적으로 새로운 사용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면 저항감이 덜 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통상적으로 앱 개발사들은 UI를 바꾸더라도 사용자의 사용 습관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사용자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일반적인데, 카카오웹툰은 디자인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그런 배려를 하지 않아 사용자의 저항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구글·애플의 경우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하며 UI를 바꿀 때 사용자들의 달라질 ‘멘탈모델’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멘탈모델이 많이 바뀔 경우 구버전·신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멘탈모델은 사람이 외부 환경이나 사물, 여기서는 앱이 작동하는 방식을 나름대로 학습한 방식인데, 다음웹툰·네이버웹툰의 멘탈모델이 카카오웹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확 바뀐 디자인과 사용성… 정답 없지만 불편함 느낄 수도
다음웹툰·네이버웹툰과 크게 달라진 카카오웹툰의 사용성을 몇 가지를 살펴봤다. 사용성 변화 자체가 단점은 아니지만 변화 전 사용성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겐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홈 화면]
여러 개의 작품 썸네일(네이버웹툰 기준 9개 이상)을 보여주던 홈 화면은 한 번에 2~3개의 추천 작품만 보여주는 매거진 스타일로 바뀌었다. 추천 작품을 볼 게 아니라면 원하는 작품을 찾는 데 더 많은 동작이 필요하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검은 배경과 애니메이션 효과]
카카오웹툰은 검은 배경이 강제된다. 박 교수는 “검은 배경은 알록달록한 작품 썸네일을 강조해 직관성을 높이게 되지만, 명암 대비를 높여 사용자의 시각적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라며 “비슷하게 애니메이션 효과도 작품을 주목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메뉴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페이지 이동 시 매번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가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한 스크롤 방식]
요일별 페이지가 명확히 구분됐던 기존 UI와 달리, 카카오웹툰은 상하좌우 스크롤을 하면 요일과 작품 나열이 끝없이 반복된다. 콘텐츠를 표시하는 페이지의 경계가 없어져 사용자 입장에선 받아들여야 할 정보가 과도하게 느껴지는 ‘인지과부화’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A교수는 설명했다.
[계정 통합과 과금 정책]
최 교수는 디자인과 조작감 외 계정 통합 이슈와 과금 정책 역시 사용 경험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다음웹툰과 달리 카카오웹툰은 카카오 계정 외 포털 계정으론 로그인이 불가능하다. 유료 웹툰을 보기 위해 다음웹툰은 다음 캐시로 결제할 수 있었지만, 카카오웹툰은 다음 캐시를 결제 수단에서 제외시켰다. 다음 캐시로 웹툰을 보던 사용자는 따로 메일로 문의해 환불받을 수 있다. 여기서 오는 번거로움이 디자인과 조작감에 대한 불만으로도 번지는 연쇄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외 아쉬운 점으로 A교수는 화면 상단 메뉴 2줄 중 윗줄은 가로로 넘기는 횡스크롤이 불가능한데 아랫줄은 가능해 일관성이 깨진다는 점, 작품 목록에서 썸네일만으로 작가명을 알기 어렵다는 없다는 점,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뒤로가기 등 하단 홈바 이용이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박 교수는 세부 메뉴에서 홈 화면으로 돌아가는 데 ‘뒤로가기’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의 동작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 카카오 “개선해나가겠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런 문제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이 적응하면 해결될 수도 있고, 사용자 의견을 반영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서도 해결 가능한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앱 개편은 카카오웹툰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브랜딩 전략에 필요했을 것이다”라며 “지금은 낯설게 느껴져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반응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UI·UX 디자인에 정답은 없지만 다양한 관점에 맞는 답은 찾을 수 있다. 카카오웹툰의 UI가 혁신적인 건 사실이다”라며 “제대로 된 평가는 중장기적으로 추적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A교수도 “기존 웹툰 앱에 사용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자인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는 “처음 시도되는 파격적인 UI·UX에 대한 (사용자들의) 낯섦도 있었다”라며 전문가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꼼꼼한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더 나은 사용성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