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 /넥슨 제공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3년 만에 선 공식 석상에서 “올해 초 확률 이슈로 많은 이용자에게 심려를 끼쳤다”라며 “넥슨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이 사회에서 사랑받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에 메인 스피커로 나서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넥슨의 경영 목표와 신작 게임들을 소개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이 대표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를 달성했다”라며 “(올 초 전 직원 연봉은 고성과에 대한) 보상 측면보다는 오랫동안 헌신해온 직원을 위한 동기 부여, 외부에서 실력 있는 사람을 모으고자 하는 이유가 컸다”라고 했다. 이어 “일회성 보상보다는 체계적인 연봉 인상이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올 초 불거진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당시 공개된 특정 아이템의 출현 확률이 사실상 0%여서 많은 이용자들은 “넥슨이 아이템 출현 확률을 조작하고, 이용자와의 소통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초부터 구축하고 있다”라며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넥슨의 제1원칙인 ‘이용자들이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다.

넥슨은 향후 지식재산권(IP)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넥슨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슈퍼 IP’를 10종 이상 개발할 계획이다”라며 말하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IP에 만족하지 않고 내부 개발과 외부 발굴을 동시에 진행해 잠재력을 가진 IP에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 개발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또 “IP의 범주에 게임만 포함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게임 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지속 가능한 IP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 사업은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비즈니스라고 생각만 하고, 체감은 못했는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생각의 전환이 있었다”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는데 우리가 게임만 고집하면 도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IP를 게임에만 한정 짓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IP 개발을 위해 넥슨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대대적인 채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모든 일은 사람이 중요한 만큼, 2022년까지 1000명 이상을 채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라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채용을 시작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3년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5일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이정헌 대표는 향후 넥슨의 경영 방향과 신작에 대해 소개했다./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 유튜브 캡쳐

지난 2019년 넥슨은 회사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넥슨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게임 업계 최초로 연 매출 3조원을 넘었던 것은 이런 경영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019년 넥슨 매각 이슈가 종료된 이후부터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라며 “소규모 인력으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걸 ‘넥슨 DNA’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방식을 유지하면서 한국 1등 게임사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200명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명까지도 투입하는 대규모 신작 프로젝트를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대표 생각의 결과물은 넥슨 신규개발본부의 개발 모토 ‘빅앤리틀(Big&Little)’로 구현됐다. 또 넥슨 서브 브랜드 ‘프로젝트 얼리스테이지’, 신규 프로젝트인 ‘MOD’에도 녹아 들었다. 빅앤리틀에서 ‘빅’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리틀’은 창의적이면서도 재빠른 소규모 프로젝트를 뜻한다.

이날 쇼케이스에서 넥슨이 발표한 신작 게임 ‘프로젝트 HP’, ‘프로젝트 ER’, ‘프로젝트 SF2′, ‘테일즈위버M‘ 등이 ‘빅’에 속한다. 이 대표는 “리틀은 ‘스피디(빠르다)’라는 단어와 어울린다”라며 ”많은 자원을 투자해 만드는 프로젝트는 항공모함 같이 흔들리지 않지만, 회사가 이런 대형 프로젝트만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고, 쾌속정 같이 스피드와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한 창의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넥슨 서브 브랜드 ‘프로젝트 얼리 스테이지’는 ‘리틀’ 정신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넥슨 같은 대기업의 개발 방식으로는 민첩한 도전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며 “과거에는 어느 정도 게임의 품질이 갖춰져야 클로즈 베타 테스트 등을 진행했다면, 핵심 게임성만 잡히면 날 것 그대로라도 이용자의 의견을 받아보자는 취지에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OD는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게임이 아닌 차세대 놀이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메이플스토리’의 2D 도트 자산을 이용자들에게 공개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대로 조립하고 붙여 새로운 콘텐츠나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