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 냉방가전 매장 모습. /연합뉴스

하루 최고기온이 35℃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국내 에어컨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까지 늘며 올해 국내 업체들의 에어컨 판매량은 역대 최고인 27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늘어나는 에어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양사는 전라남도 광주와 경상남도 창원 에어컨 생산라인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일부 생산 직원들은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에어컨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통상 에어컨 생산은 3월에 시작해 9월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올 초 무더위가 예상되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업체들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2월부터 에어컨 생산에 나섰다. LG전자는 연중 생산 체제로 1년 내내 에어컨을 만들고 있으나, 올해는 2월부터 생산량을 늘리는 등 여름 무더위에 대비했다.

LG전자 직원들이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2021년형 신제품인 휘센 타워 에어컨을 생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업계는 올해 국내 에어컨 판매량이 종전 최고인 지난 2018년 260만대를 넘어 27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히 덥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습한 날씨 역시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에어컨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지난달 삼성전자의 에어컨 매출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2배 늘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는 LG전자 역시 에어컨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제품 판매점 에어컨 매출도 크게 늘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에어컨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265% 늘어 최근 3년간 최고치를 보였다. 전자랜드도 에어컨 판매량이 1년 전과 비교해 234% 치솟았다.

서울역 롯데하이마트에서 한 시민이 전시된 창문형 에어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창문형 에어컨 인기도 전반적인 판매량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방마다 냉방을 한다는 의미의 ‘방방냉방’라는 유행어를 창출한 창문형 에어컨은 올해 3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2019년 4만대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창문형 에어컨은 중견 기업인 파세코가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2000년대 중반 철수했지만, 최근 ‘윈도우핏’이라는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전체 에어컨 판매량에서 창문형의 판매 비중이 1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상청이 9월에도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된다고 예측한 만큼 에어컨 수요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스탠드·벽걸이 에어컨과 함께 창문형 에어컨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