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대리운전 중개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 시장이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의 양강 구도로 굳어졌다. 전화콜(프로그램) 업체들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양사는 각자의 생존전략으로 장기전에 들어갔다.
30일 모빌리티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시장 강자인 전화콜 업체와 경쟁 대신 제휴하고 수요 자체를 늘려 점유율을 높이는 우회 전략을, 티맵은 국내 최대 규모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들을 대리운전 수요층으로 유입시켜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가져오겠다는 정면승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 코로나 한파 닥쳤지만…수익성·이동데이터 포기 못 해
지난 28일 타다의 운영사 VCNC는 전화콜 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점유율 확대가 어렵다고 판단, 서비스 출시 10개월 만인 다음 달 27일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발간한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3조원에서 지난해 2조7000억원으로 약 1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리운전은 택시 중개와 달리 직접 중개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수익성이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에도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비중은 점유율 80%대의 택시 중개보다 10%대의 대리운전 중개 사업이 더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리운전은 또 교통수단 외 자가용 차량의 이동 데이터까지 얻을 수 있다. 모든 이동수단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중개하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완성을 노리는 카카오와 티맵 입장에선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VCNC가 (본격적인 경쟁을) 해보기도 전에 (시장에서) 빠지는 느낌이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 전화 호출로 수요 늘리는 카카오 vs '파격 혜택'으로 공급 따라가는 티맵
이런 상황에서 지난 19일 카카오는 '카카오T 전화콜'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인수한 전화콜 2위 업체 '콜마너'로 들어오는 호출을 카카오T 등록 대리기사들에게도 공유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전화 호출 습관을 앱 호출로 바꾸지 않고도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2016년 이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는 현재 전화콜을 뺀 나머지 10%대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소비 패턴을 전화 호출에서 앱 호출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외연 확장에 한계를 보였다. 대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리운전은 주로 취객들이 이용하는데, 술에 취한 상태에선 앱 접속보다 평소 기억하고 있던 전화번호로 호출하는 게 아직 익숙한 상황이다"라며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 없이 시장 개척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또 기업 전용 멤버십인 '카카오T비즈니스'의 3만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고객사 임직원 의전용이나 출퇴근 대리운전 등 기존 취객을 넘어 B2B(기업간거래) 수요도 새로 만들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13일 '안심대리' 서비스를 출시한 티맵은 전화콜·카카오와 직접적인 점유율 경쟁을 벌이겠다는 자세다. 카카오T 앱이 2800만명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리운전과 수요층이 다른 택시 중개, 가맹택시 이용자 위주인 반면, 티맵은 국내 최대 규모인 1900만명의 자사 내비게이션 이용 운전자들이 그대로 대리운전 수요층으로 유입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티맵은 이용자 유입을 위해 우선 신규 가입 대리기사 혜택을 키워 공급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가 대리기사에게 받고 있는 요금 20%의 중개 수수료를 첫 3개월간 면제하고 대리기사 업무용 공유 킥보드의 요금도 3개월간 50% 할인한다. 대리운전 중 사고 발생 시 보장해주는 최대 보험 금액은 카카오와 타다(대물 1억원·자차 3000만원) 대비 약 2배(대물 2억원·자차 8000만원)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