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선수단 120명이 LG 전자식 마스크를 쓰고 2020 도쿄올림픽 출정식을 진행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가 개발한 전자식 마스크 신제품이 ’2020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2일 2세대 전자식 마스크를 공개했는데, 태국과 대만 선수단이 LG전자 마스크를 쓰고 올림픽 출정식을 진행하면서 주목받았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이전 세대와 비교해 무게가 가벼워지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내장한 2세대 전자식 마스크를 공개했다. LG전자는 글로벌 뉴스룸을 통해 “신제품은 이달 말 태국 등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서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LG 전자식 마스크가 처음으로 출시된 건 지난해 7월이다. 당시 홍콩,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이라크, 두바이 등 10여개국에 출시됐는데 물량이 부족해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의료 종사자들이 LG의 전자식 마스크를 사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줄을 섰다”라며 “구입 가능한 물량이 부족해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살 수 있다”라고 했다.

LG 전자식 마스크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외직구로 판매되고 있는 모습. 출고가 18만원 제품이 2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배송비 3만원을 추가하면 실제 가격보다 10만원을 더 줘야 살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 캡처

LG전자의 전자식 마스크는 내부에 공기청정기 기능을 적용한 제품으로, 숨 쉴 때에 맞춰 초소형 팬의 속도가 조절돼 ‘호흡할 때 답답함이 적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LG 전자식 마스크를 구입하는 건 쉽지 않다. LG전자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외품’으로 전자식 마스크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가 6개월 넘게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이 적용된 전례가 없는 제품인 만큼 절차에 따라 안전 및 유효성 심사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지만, LG전자는 지난 2월 판매 허가 신청을 철회하면서 사실상 전자식 마스크의 국내 판매를 포기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전자식 마스크를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제품으로 분류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해갔다.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정보기술(IT) 기기로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국내 소비자가 해외 직구로 구입한 LG 전자식 마스크를 사용하는 모습을 SNS에 올린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LG 전자식 마스크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역(逆)직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LG 전자식 마스크를 온라인 해외직구 쇼핑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가격은 배송비를 포함해 28만원 정도다. 출고 가격이 18만원인 걸 고려할 때 10만원을 더 주고 국산 제품을 해외에서 사야 하는 것이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제품을 해외에서 직구해야 하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 ‘국내 기업이 해외로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와 태국 선수의 모습을 비교하기도 한다.

다행인 건 LG전자가 지난 5월 신청한 규제샌드박스 신속확인 요청에서 전자식 마스크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는 내용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LG전자는 전자식 마스크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신속확인을 신청해 46개 정부부처 가운데 관련이 있는 5개 기관(산업부, 과기부, 식약처, 질병청, 공정위)의 회신을 받아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의 유명 농구선수 테노리오가 LG 전자식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는 모습. /테노리오 인스타그램 캡처

규제샌드박스 신속확인 요청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모호할 때 인허가 여부 등을 정부에 확인하는 절차로, 정부가 전자식 마스크에 대해 별도의 규제가 없다고 확인하면서 LG 전자식 마스크의 국내 출시가 가능해졌다.

LG 전자식 마스크의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안전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최근 공산품의 안전기준을 관리하는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식약처 등과 함께 안전기준 정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안전기준이 마련되면 LG 전자식 마스크의 국내 출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안전기준이 통상 3개월 정도 걸리는 걸 고려할 때 이르면 올해 안에 전자식 마스크를 국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이 도쿄올림픽에는 LG 전자식 마스크를 착용하고 갈 수 없었지만 내년부터 LG 전자식 마스크를 착용해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전자식 마스크를 계기로 혁신 제품에 대한 판매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길 기대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