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미국 내 제2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후보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멀지 않으면서도 단전과 단수 등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에 공장이 세워질 경우 양산 시점은 2024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를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투자 후보지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 독립교육구에 세제 혜택을 신청한 문서에는 테일러를 포함한 5개 지역에 대한 투자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텍사스주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꼽았다. 현재 가동 중인 오스틴 공장이 있어 부품과 원자재의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에 용이하고, 근처에 공항이 있어 제품을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기에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공장 근처에 330만㎡(100만평) 이상의 부지도 이미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텍사스주 폭설로 반도체 생산이 한 달 넘게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삼성전자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7만1000장, 3000억~4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오스틴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생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오스틴이 아닌 애리조나주나 뉴욕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기존 오스틴 공장 인근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을 돕는 국내외 협력업체들이 몰려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오스틴에 있는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단전·단수 등의 피해에서 비껴갈 수 있는 지역으로 테일러가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테일러는 오스틴 공장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60㎞)에 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에 대한 투자를 올해 3분기 이내에 결정해도 공장 건설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장 증설을 위한 부지 확보가 진행되지 않아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 통상 3년이 소요되는 걸 고려할 때 반도체를 양산하는 시점은 2024년 하반기가 될 수 있다. 부지를 확보한 오스틴과 비교해 양산 시점이 1년가량 지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인 제3공장(P3)을 구축하기 시작한 만큼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경쟁사인 대만 TSMC와 인텔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 후 결정하는 게 향후 사업 경쟁력 확보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택 P3는 현재 외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완공시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30만장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D램 반도체를 포함해 5㎚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2분기부터 생산 장비를 반입하기 시작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후보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을 뿐 결정된 것은 없다"라며 "테일러시 역시 여러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