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토어 관련 이미지. /원스토어 제공

구글의 인앱(자체)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원스토어에 반사이익을 주는 특혜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스토어는 지난 1분기 기준 SK텔레콤이 50.1%, 네이버가 26.3%의 지분을 가진 국산 앱마켓으로,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현재 윤곽이 잡힌 구글 갑질 방지법 안에 15~30%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앱결제 도입 의무화를 막는 규정뿐 아니라, ‘콘텐츠 동등접근권’ 도입 규정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가 구글·애플뿐 아니라 국내 모든 앱마켓에 동등하게 앱을 유통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iOS 기반의 애플 앱스토어를 제외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이미 입점한 안드로이드 앱들이 추가로 입점할 다른 앱마켓은 사실상 점유율 10%대의 원스토어뿐이다. 결국 법이 원스토어의 점유율을 높여주는 특혜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원스토어의 지분 구조. SK텔레콤과 네이버가 대주주로 있다. /그래픽=김란희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 자체에 여전히 신중한 야당 국민의힘은 물론, 통과 절차를 서두르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2차 안건조정위윈회에서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특정 업체(원스토어)가 내년 초 IPO를 앞두고 있다”라며 “법이 통과되면 특혜를 볼 소지가 분명히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고민스럽다”라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표해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도 17일 조선비즈와 전화통화에서 동등접근권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인기협 관계자는 “국내 기업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동등접근권 도입까지 주장했다가 괜한 논란이 생기면 법안 통과 자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우리로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구글·애플 외 원스토어 버전의 앱까지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는 일이 중소 개발사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큰 회사는 몰라도 중소 개발사는 모바일 게임을 여러 앱마켓 버전으로 준비하려면 출시 일정과 비용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라며 “특히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태블릿) 기종별로 최적화 작업을 해줘야 하는데 앱마켓 버전이 늘어나면 업무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동등접근권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동등접근권 규정을 모든 앱이 아니라 (연간) 매출 300억~500억원 이상의 앱에 대해서만 적용하면 중소 개발사에 부담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한 의원은 앞서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구글의 점유율이 78%에서 63%로 15%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로 예상했는데, 구글이 손해 보는 만큼 원스토어가 반사이익을 보게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 의원은 “구글 갑질 방지법이 애초 국내 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라며 “원스토어에 대한 특혜라기보단 국내 산업 보호의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해당사자인 원스토어 역시 “특혜라기보단 육성 지원으로 봐달라”고 했다. “구글의 갑질 행위(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걸 넘어, 갑질을 할 수 있는 환경인 독점 체제를 깨뜨려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동등접근권 도입으로 스스로가 수혜를 볼 거라는 점을 인정했다. 원스토어는 구글 갑질 방지법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등접근권 도입 규정을 법안에 포함시킬 것을 국회에 요구해왔다. 법안 발의 후에도 원스토어 측이 한 의원실 등과 수차례 논의한 걸로 알려졌다.

조승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골자로 한 6개 법안과, 여기에 동등접근권 규정을 얹은 한 의원 법안까지 총 7개 법안을 하나로 통합한 조정안이 현재 과방위 안건조정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동등접근권 규정은 앱 개발사에 강제하는 대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권고하는 방식으로 수정돼 조정안에 반영됐다.

비록 강제에서 권고 수준으로 약화됐지만 여당은 이 규정에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2차 안건조정위에서 조승래·한준호 의원 등은 동등접근권을 단순히 과기부 장관이 앱 개발사에 권고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권고 후 사업자가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결국 이행했는지를 장관에게 보고하고, 권고를 이행한 개발사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앱 개발사가 최대한 권고를 따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회의에 동석한 과기부 관계자는 “(이렇게 하면) 권고 사항이 사실상 강제될 우려가 있어서 (이 제안을) 더 검토하고 보고드리겠다”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도 “강제가 아니더라도 과기부 장관이 권고하는 사항이라면 쉽게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했다.

여당은 오는 19일까지 과기부의 의견을 받고 이튿날인 20일 3차 안건조정위를 열어 법안 처리의 다음 절차인 전체회의로 조정안을 넘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