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PU 이미지.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선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에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뒤 4개월 만에 빅딜에 나서는 것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전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로 인텔의 인수가 확정될 경우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있는 세계 2위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래 규모는 300억달러(약 34조3000억원) 수준이다.

WSJ는 “최종 확정까지 변수가 많으며, 글로벌파운드리가 당초 계획대로 자체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파운드리는 “인텔 측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공식 부인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공장 전경. /글로벌파운드리 제공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 업체로, 미국 AMD의 생산 사업부가 2008년 분사해 만든 업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017년까지는 대만 TSMC에 이은 전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였는데, 2018년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을 포기하면서 삼성전자와 대만 UMC에 밀렸다.

첨단 공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가 필수적인데, 글로벌파운드리의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가 반대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를 기록했다. TSMC(55%), 삼성전자(17%), UMC(7%)에 이어 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점유율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첨단 공정 경쟁에서는 밀렸지만, 12㎚ 이상 구형 공정에서는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10㎚ 이하 첨단 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통신장비용 반도체나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에서는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를 고객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에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는 사업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인텔은 지난 3월 20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고, 2024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과 별개로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과 고객사를 확보할 있는 전략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12㎚ 이상 구형 공정에 대한 경쟁력을 흡수하는 동시에 7㎚ 이하 최첨단 공정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텔의 이런 행보는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할 경우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 TSMC의 견제와 3위 UMC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삼성전자의 설자리를 좁게 만들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TSMC, 삼성전자, 인텔 3강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라며 “다만 글로벌파운드리가 인텔과의 협상 자체를 부인한 만큼 실제 인수·합병이 진행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