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LCD 생산라인에서 패널 점검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천정부지로 치솟던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LCD 가격 상승으로 사업철수를 철회하고 생산을 유지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전략 변화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16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TV용 LCD 패널의 가격은 최근 최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다. DSCC는 이를 두고 LCD 패널 공급이 과잉된 한편, 글로벌 TV 수요의 감소로 패널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5월 저점을 찍은 후 1년여간 가격이 쭉 올랐다. 33달러였던 32인치 패널 가격은 이달 기준 88달러에 이른다. 무려 약 170% 가격이 뛴 것이다. 같은 기간 75인치 패널 가격은 318달러에서 407달러로 27%가량 상승했다. 전 패널 평균 가격 상승률은 100%를 넘었다. 이는 업계가 LCD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라고 여겼던 지난 2016~2017년 상승률 48%를 두 배쯤 넘는 것이다.

DSCC는 올해 연말까지 32인치 패널 가격이 고점 대비 32%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CD 가격과 연관이 큰 TV 가격 지수도 패널가 하락에 맞춰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DSCC 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패널 수요 확대는 LCD 가격을 밀어 올렸다"라며 "패널 제조사는 지난 2분기 좋은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나, 수익성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다"라고 했다.

증권가 견해 역시 비슷하다. LCD 가격이 더는 오르지 않고 점차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CD 패널 가격 상승은 제한적이고, 가격 상승세도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다"라고 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까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8월 보합세를 보이다가 9월부터 50인치 이하 패널의 하락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LCD 생산라인에서 한 작업자가 유리기판을 검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사업철수를 선언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LCD 출구 전략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 회사는 수년 전부터 LCD 생산량을 줄여가며 지난해 사업 철수까지 선언했지만, LCD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LCD 패널을 만들던 L8-1, L7-2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중국 공장은 CSOT에 매각했다. 다만 L8-2 라인은 여전히 돌리는 중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LCD 생산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P7, P8 라인을 수익성이 높은 IT(모니터, 노트북 등) 패널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계속 패널을 만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오히려 생산량을 더욱 늘리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두 회사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생산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LCD 패널 가격 하락에 따라 다시 패널 수익이 악화할 여지는 있지만, 그 하락폭이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TV 수요는 출하량 기준으로는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대화면 TV 판매가 늘어나는 등 수요 면적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또 주요 패널 제조사들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은 LCD 가격이 단기간 소폭 하락 조정된 이후 업체 수익성이 유지되는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주요 고객사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이 늦어져 LCD TV를 당분간 더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LCD 사업을 끝내면 중국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때문에 LCD 생산을 유지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라며 "이미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 매출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TV용 LCD 패널 생산 유지 여부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크게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들 대형 OLED 패널의 주요 고객사가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LCD 생산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OLED 전환을 얼추 이뤄낸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TV용 LCD 생산 종료에 사업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삼성디스플레이보다는 사업 철수 여부에서 자유롭다는 이야기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CD 사업 유지 또는 종료는) 패널 수익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