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갓겜(게임 요소와 운영이 뛰어나다는 의미)'으로 불리던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삐끗했다. 새롭게 추가한 아이템과 이에 따른 게임 내 효과 등이 지나치게 과금을 유도하는 쪽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트럭시위'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데브시스터즈는 아이템 효과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아이템 구매에 들어간 돈을 전액 환불하는 등 유저 달래기에 나섰다.
1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논란이 된 게임은 지난 2016년에 출시된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로, 쿠키런 지식재산권(IP)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2013년 모바일 러닝게임 '쿠키런 포(for) 카카오'의 후속작이다. 기존 쿠키런 게임에 여러 게임 모드를 접목해 이용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달 29일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시즌 6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호카드'라는 새 유료 아이템을 추가했는데, 이 상품에 확률형 뽑기 요소가 가미됐다. 수호카드는 게임 상에서 캐릭터를 강화하는 효과를 이용자가 필요할 때 발동 시킬 수 있다. 원하는 능력을 활성화하려면 게임 진행 상 표시되는 '스킬' 버튼을 누르면 된다.
수호카드는 기존의 유료 재화인 '크리스탈'이 아닌 새로운 유료 재화 '수호토큰'으로만 게임 내에서 구매할 수 있어 이용자들은 추가 과금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또 캐릭터에 여러 장의 수호카드를 중첩해 적용할 수 있어 원하는 능력을 모으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쏟아 붓는 일이 생겼다.
여기에 아이템 사용 여부에 따라 게임 상에서 캐릭터의 능력치에 큰 차이가 벌어져 게임 본연의 즐거움이 사라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러닝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점프와 슬라이드 버튼을 조작해 게임을 진행해야 해 세밀한 컨트롤 등이 중요한데, 아이템으로 게임 실력을 좁히는 것을 넘어 아이템 사용자가 오히려 고득점을 올리는 것은 전형적인 '페이 투 윈(Pay to Win)' 방식이라는 것이다.
'페이 투 윈' 방식은 주로 다중접속온라인역학수행게임(MMORPG)에서 보편화 돼 있는 게임 방식으로, 돈을 쓰면 쓸수록 게임에서 좋은 장비와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용자의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원흉으로도 여겨진다.
이에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이용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지난 5일과 6일 양일에 걸쳐 데브시스터즈 사옥이 위치한 서울시 강남구 일대에서 트럭시위에 나선 것이다. 또 동영상 사이트를 중심으로 엄청난 비판 영상이 업로드 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 9일 데브시스터즈는 업데이트 10일만에 수호카드를 사용하는 콘텐츠 숫자를 줄이고, 해당 아이템 패키지를 전액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 불만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오는 29일 관련 업데이트를 통해 수호카드가 게임에서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수호카드를 써서 게임 내 랭킹을 올렸던 부분은 초기화 한다. 수호카드 환불은 환불 신청을 하지 않는 이용자까지도 일괄 진행한다. 여기에 전체 이용자 대상 보상도 지급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번 논란을 두고 이용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게임사가 무리하게 매출을 확장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분석한다. 1분기 '쿠키런: 킹덤'으로 큰 성과를 거뒀던 데브시스터즈는 이후 주력 게임 등에서 이용자가 줄면서 실적이 하락세에 있다. 이를 과금형 아이템으로 만회해 보려다가 삐끗했다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돈을 벌기 제일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넣을 것인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경우, 캐주얼 게임이라는 장르 특성상 원래는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약하게만 넣었지만 이번에는 매출을 올리고 싶어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강하게 넣고자 하는 유혹을 느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의 수명을 줄이는 지름길인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1분기 매출 1054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으로 사상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신작 '쿠키런: 킹덤'의 인기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후 게임 이용자 숫자는 하락세를 보였는데, 모바일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키런: 킹덤은 지난 3월 일간이용자(MAU)가 130만명을 넘었지만, 6월 들어 100만명으로 줄었고, 지난 5일 87만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도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1월 월간이용자(MAU)는 108만명, 4월 82만명, 6월 80만명으로 하락세를 겪었다.
데브시스터즈의 부진은 주가로도 이어졌다. 지난 3월 26일 최고가 16만1000원을 기록한 데브시스터즈의 주가는 지난 15일 9만600원까지 내려 앉았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다른 신규 게임이 많이 나오다 보니 데브시스터즈의 게임이 순위가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에서 매출 하락 요인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