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이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와 개발 중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기술의 모습. /하만 홈페이지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자동차 전장(電裝·전자장치)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공급 계약을 잇따라 따내면서 삼성의 전장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 독일 폭스바겐과 자동차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고, 올해 초부터 시스템 반도체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해 독일 아우디에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을 시작한 이후 고객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기도 최근 글로벌 선두 전기차 업체의 차세대 전기트럭용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 공급 계약을 따냈다. 새로 출시될 전기트럭에는 10대가량의 카메라 모듈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전기차에는 8대의 카메라가 적용되는데, 이 전기트럭의 경우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가 이 업체에 납품하는 물량과 계약 기간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계약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전기차 업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곳이다"라며 "5000억원은 초기 물량으로 추가 입찰을 진행할 경우 공급 규모는 7000억~8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자 계열사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9조원을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전장사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 /삼성전기 제공

하지만 막대한 돈을 들여 인수한 하만은 최근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만의 경우 그동안 주력해온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분야에서는 기존과 같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등 미래차 핵심 부품 사업에서는 공급망 침투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전장사업을 재정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을 교체하고, 조직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사업의 집중력과 하만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부품플랫폼 사업팀을 없애고, 자동차용 프로세서를 주력해 온 DS 내 독립 사업팀을 재결집해 시스템LSI 사업부 내에 커스텀 SoC(시스템온칩)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잘하는 분야, 앞으로 적극 육성해야 하는 분야를 전담하는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폭스바겐과의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계약이 가능했던 것도 이런 체질 개선이 있어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를 넘어 이미지센서, 인포테인먼트용 SoC 등에서도 전장사업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라며 "전장사업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 같다"라고 했다.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 경쟁력을 앞세워 완성차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스마트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에 집중했던 카메라 모듈 사업을 전장용으로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전장용의 경우 스마트폰용과 비교해 제품 가격 등 부가가치가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기는 2017년부터 테슬라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면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