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유니 베이징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중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 칭화유니그룹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 칭화유니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중국 반도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이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 법정관리 신세를 지게 됐다.

1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증권시보 등에 따르면 칭화유니는 전날 회사가 파산·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칭화유니의 채권자 중 한 곳인 휘상은행은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고 모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을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출했다.

칭화유니는 중국 국립 대학인 칭화대학교가 1988년 설립한 회사다. 칭화대 소속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칭화유니의 지분 51%를 갖고 있으며,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자오웨이궈 회장이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칭화유니는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의 상징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국가 주요 메모리 업체로 관리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칭화유니는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 통신칩 설계전문업체 쯔광짠루이, 유니스플렌도어, 팹리스 쯔광궈웨이 등을 설립하며 종합 반도체업체(IDM)로 성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8년 4월 칭화유니 계열사의 우한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모습. /칭화유니 제공

칭화유니는 최근까지 중국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평가받았다. 프랑스의 스마트칩 업체 랑셍과 휴렛팩커드, 웨스턴디지털, 스프레드트럼 등 해외 기업과의 대대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 패권을 놓고 기술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칭화유니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메모리 반도체,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매년 크게 늘린 반면 글로벌 선두 업체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쌓지 못하면서 유동성 문제에 직면했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4월 말 기준 칭화유니의 부채 총액이 70억1800만위안(약 1조242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첫 디폴트를 기록한 뒤 부채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회사채 전문매체 데트와이어는 칭화유니의 채무 총액이 지난달 말 기준 2029억위안(약 35조2274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칭화유니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지만 회사가 당장 문을 닫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칭화유니는 사실상 중국의 국유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칭화유니의 파산을 방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칭화유니는 “법원이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그룹 계열사의 일상적인 생산 경영 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