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의 공급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스마트폰, 생활가전,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필수 부품인 만큼 반도체로 한정된 공급난이 전자제품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3위 MLCC 제조업체인 일본 다이요유덴의 말레이시아 공장이 지난달부터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부터 2주간 생산시설을 폐쇄한 다이요유덴은 지난달 14일 생산을 재개했지만, 가동률은 여전히 8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요유덴과 함께 대만의 왈신과 MLCC 생산에 필요한 크리스털을 공급하는 NDK와 앱손도 말레이시아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번 봉쇄조치로 인한 MLCC 공급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말레이시아의 무기한 봉쇄조치 연장은 글로벌 MLCC 시장에 심각한 문제를 안겨줬다"라며 "특히 하이엔드 MLCC 부문은 가장 심각한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MLCC 부족 현상으로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부품 등 하이엔드 MLCC를 탑재한 제품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예상이다. 특히 하반기 전자제품의 성수기가 다가옴에 따라 MLCC 부족 현상으로 인한 제조업 전반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를 포함한 글로벌 MLCC 업체들이 지난달 기준 약 60일 분량의 MLCC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업체들의 재고는 30일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 등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기는 한국과 필리핀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국 톈진 신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봉쇄조치가 MLCC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다이요유덴의 시장 점유율이 10%대로 크지 않고, 다이요유덴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MLCC 생산량이 전체 시장의 2~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요유덴이 생산하는 제품은 첨단 기술이 접목된 프리미엄 MLCC가 아니다"라며 "말레이시아 봉쇄조치가 전체 MLCC 생산량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지난달 초 하루 확진자가 9000명에 달할 정도의 대확산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필수 산업을 제외한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봉쇄조치를 내렸다. 전날 기준 말레이시아 누적 확진자는 77만8000여명이다. 여전히 하루 60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