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수를 추진 중인 온라인 패션 쇼핑몰 지그재그. /홈페이지 캡처

패션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가 카카오(035720)의 패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자회사 카카오스타일로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스타일을 전진기지 삼아 배송 상품 시장으로 이커머스 영토를 넓히려는 카카오와, 역시 패션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네이버가 서로 맞붙게 됐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카카오스타일이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스타일은 오는 9월 본사에 흡수 합병될 이커머스 자회사 카카오커머스의 한 사업부였지만, 따로 떨어져 나와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해 독립 법인이 됐다.

카카오가 이커머스 자회사를 흡수하면서도 스타일 사업부만큼은 별도 자회사로 남겨둔 선택에는, 본사와는 다른 전략을 펼쳐 배송 상품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진기지를 세우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본사와 달리 지그재그는 네이버·쿠팡과 경쟁할 수 있는 익일(주문 이튿날)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항해 네이버는 지난달 CJ대한통운과 손잡고 경기 군포시에 자체 물류센터(풀필먼트센터)를 구축,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판매자들을 위한 익일 배송 시스템을 갖췄다. 지그재그도 CJ대한통운과 협력해 5000여개의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오후 9시 전까지 주문 시 다음 날 배송을 완료해주는 '직진배송' 서비스를 지난달 도입했다.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 e-풀필먼트 센터에서 지그재그 의류 상품의 발송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익일 배송을 포함한 배송 시스템은 카카오가 네이버에 비해 투자가 소극적인 부분이다. 현재 카카오커머스는 네이버와 달리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 없이 입점 업체들이 각자 알아서 택배 업체와 제휴해 상품을 배송토록 하고 있다.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바일 교환권(기프티콘) 등을 주고받는 선물하기, 2명 이상이 공동 구매해 할인 혜택을 받는 톡딜 등 '관계형 커머스'가 주력 사업인 만큼 배송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 해서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선물하기 특성상 받는 사람 입장에선 배송 속도보단 주문 시점에 선물 받은 사실이 더 중요하다"라며 "네이버·쿠팡처럼 배송 시스템 투자 계획은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커머스는 오는 9월 본사에 합병된 후에도 이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이런 전략으로 연간 거래액 기준 3조5000억원 규모의 선물하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연간 27조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략을 카카오스타일을 통해 먼저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또 지그재그가 이미 네이버와 비등하게 싸우고 있는 논브랜드 패션, 이른바 '동대문 패션'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동대문 패션 시장에서 지난해 거래액 750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연간 15조원으로 알려진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지난해 1조5000억원을 달성한 네이버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고 있어 카카오에겐 이커머스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 기대받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패션 시장은) 다른 카테고리에서 장악력을 갖고 있는 경쟁 플랫폼(네이버 등)도 아직 큰 성과를 내고 있지 않은 영역으로, 카카오의 플랫폼과 기술력을 잘 이용한다면 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나갈 수 있다"라며 "(지그재그) 인수 이후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글로벌로도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카카오스타일도 "패션뿐 아니라 뷰티, 리빙 등 스타일 전 영역과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광고 등으로 후방지원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미 지난 5월 기준 지그재그와 카카오스타일(현 '패션 바이 카카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월 사용자 수는 355만2672명으로, 기존에 국내 패션 쇼핑 앱 1위를 차지했던 에이블리를 뛰어넘었다. 지그재그는 신규 입점 업체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입점 후 1년간 수수료 감면·6개월간 매달 200만원 상당의 광고비 무상 지원 등 혜택을 주는 '루키 브랜드 지원 프로젝트'도 이날 시작했다.

네이버도 아직 동대문 패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만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배송 시스템을 동대문 패션 시장으로 확장해, 판매자들의 물류·배송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동대문 스마트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판매자 7만여명 중 400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400여명의 지난 4월 한 달 거래액은 전년 같은 달 대비 5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자사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주는 등 서비스 이용 업체 수를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