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오는 9월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키옥시아에 총 4조원을 투자했던 SK하이닉스도 막대한 수익과 함께 최대 1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일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이달 안에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르면 9월 일본 증시를 통해 IPO에 나선다. 키옥시아는 지난해에도 상장을 추진했지만,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상장을 연기했다.
키옥시아는 메모리반도체 중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삼성전자에 이은 2위 회사로, 업계 4위인 SK하이닉스는 미국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베인캐피털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미·일 컨소시엄을 통해 총 4조원을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투자금 4조원 가운데 2조7000억원은 재무적투자자(LP)로, 1조3000억원은 전환사채(CB)로 구분된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가 상장을 완료하면 LP 투자금을 순차적으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래 계획은 키옥시아의 IPO 이후 LP 지분의 경우 시장에 매각할 계획이었고, 나머지 15% 지분(CB)은 키옥시아와의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현재 키옥시아의 기업 가치는 34조원쯤으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가 투자했을 당시의 가치인 20조원에서 약 1.7배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LP 지분에 해당하는 투자금도 단순 계산으로 기존 2조7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장으로 SK하이닉스가 얻을 수익은 최소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투자 회수와 관련해 "LP 투자 지분의 엑시트(투자회수) 시점은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투자금을 회수할 경우 어디에 이 돈을 쓸 것인지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가능성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사용하는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우리 돈으로 약 10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해 10월 맺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인텔 낸드 사업부는 주요국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승인을 획득했고, 중국과 싱가포르 승인을 남겨뒀다. 이 국가들의 승인이 떨어지면 올해 말 1차 인수 대금 7조8000억원을 인텔에 내야 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인텔 낸드사업 인수 대금의 절반가량은 보유현금과 향후 창출될 영업 현금 흐름 등으로 충당 가능하다"며 "잔여 대금은 차입금과 자산 유동화 방안 등을 검토해 차질 없이 준비해 인수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회수된 투자금을 파운드리 분야에 투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업계는 SK하이닉스 인수합병(M&A)를 주도한 박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새로운 M&A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P 투자금은 애초 계획대로 지분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분율은 최대 15%가 될 전망으로, 상장 과정에서 지분율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 지분은 키옥시아의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는 경쟁사이기 때문에 간접적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키옥시아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