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모빌리티 '안심대리'(위)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퀵'(아래) 관련 이미지. /각 사 제공

국내 양대 모바일 모빌리티 플랫폼인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하반기 '모빌리티의 불모지'로 불리는 대리운전과 퀵 중개 시장 개척에 각각 나선다. 대리와 퀵 시장은 여전히 전화 호출 업체들이 70~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택시 중개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모빌리티, 선점할 다른 시장이 필요한 티맵모빌리티 모두 이 불모지 개척이 불가피하다.

◇ 티맵, 1900만 내비 이용자 '안심대리' 유입 기대

1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티맵모빌리티는 이달 중순 '안심대리'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내비게이션만 서비스하고 있는 티맵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처음으로 추가되는 서비스다. 이번 확장을 시작으로 택시 중개·가맹택시·내비게이션·대리·주차·대중교통 예매 등을 아우르는 카카오T 앱처럼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대리운전 시장 진출의 성패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약 3조원 규모의 이 시장은 전화 호출 업체 3000여곳이 점유율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대리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운전은 주로 취객들이 이용하는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스스로 앱에 접속하기보다 평소에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로 호출하는 게 아직 익숙한 상황이다"라며 "카카오도 2016년 '카카오T대리'로 먼저 진출했지만 택시 중개와 달리 점유율 20% 미만으로 고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티맵모빌리티는 국내 최대 규모인 1900만명의 자사 내비게이션 이용자 수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T(약 2800만명)보다 앱 이용자 수는 적지만, 티맵 앱 이용자는 모두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운전자인 만큼 대리운전 시장에 그대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들이 안심대리 서비스까지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우선 티맵 앱을 이용하는 대리기사 수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대리기사 모집 과정에서, 대리운전 중 사고 발생 시 보장 범위를 카카오모빌리티보다 약 2배 넓힌 '업계 최고 수준'의 보험 혜택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기사가 티맵모빌리티에 내야 하는 중개 수수료도 앱 이용 첫 3개월 간 면제해준다. 이후로는 카카오모빌리티처럼 요금의 20%로 책정했다.

◇ 카카오, 퀵 수요 높은 기업 고객 공략

카카오모빌리티도 전날 '카카오T퀵' 베타서비스를 시작, 서비스 안정화 작업을 거쳐 이달 중순까지 정식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카카오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물과 서비스를 이동시키는 사업 기회를 적극 모색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이동의 니즈를 해결하는 스마트 모빌리티를 실현하겠다"라며 "퀵 서비스를 기업 고객 대상으로 우선 출시할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 고객'에 우선 출시하는 이유는, 퀵 서비스가 대리운전과 달리 기업의 업무상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이미 비용 정산이나 출장 이동 시 편의기능을 주는 '카카오T비즈니스'라는 기업 전용 멤버십 회원 3만여개사의 임직원들이 업무 목적으로 카카오T 앱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퀵 서비스로의 유입도 대리운전보다는 많을 것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판단하고 있다.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내 퀵 시장은 전화 호출 업체가 점유율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카카오모빌리티 스스로 승산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점유율 확장에 필요한 퀵 기사 수를 늘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30일 퀵 기사(픽커)들에게 공지한 내용에 따르면, 주문자가 약속 시간보다 늦게 물품을 픽업할 경우 10분당 2000원, 물품 크기가 가로·세로·높이 합 140㎝ 또는 무게 20㎏을 초과할 경우 5000원의 추가 요금을 직접 퀵 기사가 주문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약관을 규정해놨다. 또 오토바이뿐 아니라 자전거, 킥보드, 도보 등 수단을 선택해 배달할 수 있다. 지난 5월 기사 모집 10일 만에 1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업체는 밝혔다.

퀵 서비스업계에선 카카오가 퀵 서비스 사업을 어느 정도 성장시키면 쿠팡, 배달의민족이 선점하고 있는 음식 배달 중개 시장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모든 기회는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라며 "다만 관련 사업을 당장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30일 퀵 기사(픽커)들에게 보낸 안내문. /독자 제공